운길산과 선자령에서 본 피나무
Posted 2010. 4. 6. 11:54,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지난주 토요일 예봉산에서 운길산으로 가는 길에 피나무를 만났다. 마침 바로 전에 다리가 쥐가
나서인지 피나무의 잔가지들이 실핏줄마냥 생생하게 보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자란
나는, 사실 나무나 꽃 이름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서울에도 나무가 없는 게 아니고, 꽃이 적은 게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어렸을 적부터 나무와 꽃과 친해질 수 있었겠지만, 솔직히 그쪽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내 나이대의 사람들의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이해를 하고 있다.
매일 같이 다니는 산책길에도 많은 나무와 꽃들이 있지만, 이름을 알고 싶어 하진 않았는데,
가끔 팻말을 달고 있는 나무나 꽃을 보면서 하나 둘씩 이름과 얼굴을 익혀 가고 있다. 나같은
나무와 꽃 문외한들에겐 복음 같은 일이다.
피나무를 처음 알게 된 건, 석 달 전 올 겨울 대관령 선자령에서였다. 보통 많이들 올라가는
바람 많은 코스가 아니라, 선자령에서 양떼목장 쪽으로 내려오는 다른 길이 있는데 아늑하고 걷기
좋은 숲길이다. 그 길 가운데 피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이름도 재미있었지만, 나뭇가지의
생김새가 특이해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이 정도 나무라면 팻말 없이도 이름을 외울 수 있겠다.^^
내가 본 피나무는 한겨울과 이른 봄이 전부이므로, 숲이 울창해지는 여름과 가을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아마 피나무 보려고 그때쯤 다시 선자령이나 운길산을 찾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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