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를 찾는 사람들
Posted 2010. 3. 31. 13:54,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어제 오후 늦게 계원대학을 거쳐 사인암으로 올라가는 길에 50대 중년 여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누군가를 찾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민우야!"를 애처롭게 불러대 처음엔 손주를 데려왔다가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내게 가까이 오더니 "아저씨, 올라오시면서 작은 개 못 보셨어요?" 하는 거다. 집에서 기르던
애완견을 잃어버리고 찾는 거였다. 속으로 "개 이름을 민우라고 지은 걸 보니, 식구처럼 단단히 정이 든
개를 잃어버린 게로구나" 하고 올라가다 눈에 띄면 소리 질러 주겠노라고 했다.
사인암을 거쳐 모락산 정상에 올라 멀리 수원 방향과 산본을 내려보다 내려오는데, 이번엔 50대 후반의
아저씨 한 분이 똑같이 물어왔다. 아까 그 부인의 남편인듯 싶었다. 잠시 서서 어떻게 잃어버리셨냐고
물으니, 이틀 전 주일에 산책길에 산 초입에서 잃어버렸는데, 등산하고 내려오는 이들이 산길에서 봤다는
소리를 전해 듣고 온 가족이 찾아 나선 것이었다. 역시 발견하면 소리 질러주겠노라며 내려오는데,
하산길에 그 집의 딸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여성이 산길을 물으며 같은 질문을 해 왔다.
산에서 내려와 그이들이 잃어버렸다는 곳을 지나는데, 나무에 강아지를 찾는다는 전단이 붙어 있었다.
그러고보니, 우리도 15년 전쯤에 영동세브란스병원에 갔다가 둘째 아이를 한 시간 정도 잃어버린
그 가족은 어제 저녁 그리고 비 오는 오늘, 미루를 찾았을까? 아니면 여전히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까?
누군가를 찾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민우야!"를 애처롭게 불러대 처음엔 손주를 데려왔다가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내게 가까이 오더니 "아저씨, 올라오시면서 작은 개 못 보셨어요?" 하는 거다. 집에서 기르던
애완견을 잃어버리고 찾는 거였다. 속으로 "개 이름을 민우라고 지은 걸 보니, 식구처럼 단단히 정이 든
개를 잃어버린 게로구나" 하고 올라가다 눈에 띄면 소리 질러 주겠노라고 했다.
사인암을 거쳐 모락산 정상에 올라 멀리 수원 방향과 산본을 내려보다 내려오는데, 이번엔 50대 후반의
아저씨 한 분이 똑같이 물어왔다. 아까 그 부인의 남편인듯 싶었다. 잠시 서서 어떻게 잃어버리셨냐고
물으니, 이틀 전 주일에 산책길에 산 초입에서 잃어버렸는데, 등산하고 내려오는 이들이 산길에서 봤다는
소리를 전해 듣고 온 가족이 찾아 나선 것이었다. 역시 발견하면 소리 질러주겠노라며 내려오는데,
하산길에 그 집의 딸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여성이 산길을 물으며 같은 질문을 해 왔다.
산에서 내려와 그이들이 잃어버렸다는 곳을 지나는데, 나무에 강아지를 찾는다는 전단이 붙어 있었다.
(전단 사진은 찍어 오지 않았다. 위 사진은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해 올린 것이다.)
읽어보니 강아지 이름은 민우가 아니라 미루였다. 그러니까 "미루야!"를 "민우야!"로 들은 것이다.
민우건 미루건, 식구 하나를 며칠째 찾아나서는 그네들이 안스럽기도 했지만, 그 넓은 산에서
이틀 전 잃어버린 개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슬쩍 걱정이 됐다.
그러고보니, 우리도 15년 전쯤에 영동세브란스병원에 갔다가 둘째 아이를 한 시간 정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아이의 치료를 위해 매달 소아과 진료를 받고 있었는데, 복도에서 아는 피부과 의사를 만나
대화하느라고 아이가 돌아다니는 걸 깜빡 놓친 것이다. 2-3분 정도의 대화를 마치고 보니 그새
아이가 없어진 것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안으며 병원 안에서 아이가 갈만한 곳을 이리저리 다녀봤으나
대화하느라고 아이가 돌아다니는 걸 깜빡 놓친 것이다. 2-3분 정도의 대화를 마치고 보니 그새
아이가 없어진 것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안으며 병원 안에서 아이가 갈만한 곳을 이리저리 다녀봤으나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급히 병원 안내에 미아 신고를 하고 방송도 했지만, 연락이 없었다. 다급한 심정으로 여기저기 연락도
하고, 재차 찾아봤지만 아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때의 심정이란...
한 시간쯤 지나 허탈한 마음으로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나서는데, 저쪽에서 병원 경비 아저씨가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게 보였다.
여러 번 감사를 표하며, 어떻게 아이를 발견하셨느냐고 물으니, 세상에!
아이가 잠깐 사이에 병원 복도와 로비를 지나 문이 열린 틈에 밖으로 나갔던 것이다. 택시가 들어오고
나가는 길 코너에 경비 아저씨가 있었는데, 한 꼬마 아이가 겁도 없이 병원쪽에서 걸어오길래 일단 데리고
있다가 나중에 미아 안내 방송을 듣고 데려오는 길이라는 것이었다. 그 아저씨를 지나쳐 언덕길을
내려오면 바로 영동아파트와 진달래 아파트(둘 다 지금은 재건축돼 이름이 바뀌었다)를 사이에 둔
급히 병원 안내에 미아 신고를 하고 방송도 했지만, 연락이 없었다. 다급한 심정으로 여기저기 연락도
하고, 재차 찾아봤지만 아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때의 심정이란...
한 시간쯤 지나 허탈한 마음으로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나서는데, 저쪽에서 병원 경비 아저씨가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게 보였다.
여러 번 감사를 표하며, 어떻게 아이를 발견하셨느냐고 물으니, 세상에!
아이가 잠깐 사이에 병원 복도와 로비를 지나 문이 열린 틈에 밖으로 나갔던 것이다. 택시가 들어오고
나가는 길 코너에 경비 아저씨가 있었는데, 한 꼬마 아이가 겁도 없이 병원쪽에서 걸어오길래 일단 데리고
있다가 나중에 미아 안내 방송을 듣고 데려오는 길이라는 것이었다. 그 아저씨를 지나쳐 언덕길을
내려오면 바로 영동아파트와 진달래 아파트(둘 다 지금은 재건축돼 이름이 바뀌었다)를 사이에 둔
대로변이었다. 만약 그 아저씨가 그때 우리 아이를 못 봤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그 가족은 어제 저녁 그리고 비 오는 오늘, 미루를 찾았을까? 아니면 여전히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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