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짧다
Posted 2012. 11. 1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요 며칠 가을비가 오면서 기온이 떨어지더니, 급기야 그제는 서울에 첫 눈이 왔다. 펑펑
쏟아지는 눈은 아니었고, 흩뿌리는 진눈개비 정도였는데, 우리 동네도 늦은 밤에 살짝 눈 기운이
있었다. 아침 뉴스는 서울 아침 기온이 0도에 체감온도는 영하 2도쯤 된다고 했는데, 아직
11월 중순도 반이 채 안 지나가고 있어 조금 이른 감이 있다.
산은 더할 것이다. 목요일 점심에 사인암 올라가는 길에도 간밤에 내린 눈 기운으로
살짝 얼어 있는 곳들이 많이 보였다. 내린 눈은 땅속으로 스며들지도, 햇살이 비취면서
슬슬 올라가는 기온에 제대로 녹지도 못한 채로 어정쩡하게 남아 있었다. 올라가는 길 내내
눈의 흔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양지 바른 곳은 사계절까진 아니어도 여러 계절이 섞여 있는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늘진 쪽은 아직 눈이랄까 서리가 녹지 않았고, 햇살이 비취는 쪽은 이미 녹아 언제 눈이
왔었냐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있었고, 땀은 안 나지만 기분 좋게 부는 바람은 아직 겨울로
달려가기엔 이르다는 시위를 하고 있었다.
아직 11월이 반이 더 남아 있고, 만추(晩秋)의 또 다른 서정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역시
올가을도 짧게 지나가는 것 같다. 아주 살짝, 반짝하는 정도는 아니어도 조금 여유를 갖고
길게 즐기는 걸 기다려주지 않고 성미 급한 토라진 아가씨마냥 겨울로 이미 방향 선회를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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