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커피(Leftist)
Posted 2013. 1.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작년 마지막날 돌아온 g의 가방 속엔 뉴욕에서 사 온 커피 두 봉이 있었다. 방학 때 뉴저지에 있는 이모댁에 머물면서 뉴욕을 마실다니곤 했는데, 그때 가 봤던 카페 중 두 집의 커피 원두를 사 온 것이다. 그 중 단연 우리 입맛을 사로잡은 게 있었으니 gimme! coffee의 좌파 커피(Leftist)다. 김미 커피란 가게 이름도 재밌지만, 블렌딩한 커피 이름도 특이한데, 우리의 커피 본능에 확 불을 지른 건 역시 맛이 특출해서다.
로스팅도 안 하고, 드립도 안 하고 크건 작건 로스팅 된 원두를 사다가 한 번에 일주일치 분량을 가정용 소형 전동 그라인더에 갈아 아침저녁으로 필립스 커피 머신에 내려 마시는 필터 방식에 익숙한 우리에게 지금껏 커피 원두는 대개 거기서 거기였다. 코스코의 1kg 넘는 대용량 원두나 이런저런 선물 받은 원두나 가끔 사다 먹는 국내외 원두나 약간의 맛과 향 차이는 있었지만 그건 오십 보 백 보였다. 심지어 내가 가 본 얼마 안 되는 전문 커피샵에서 먹는 커피도 뚜렷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그런데 이 좌파 커피는 달랐다. 단번에 Oh!, Wow!를 터트리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어떤 맛이라고 딱잡아 묘사하기가 그런데, 어쨌든 그 동안 마셨던 커피들을 압도하는, 뭔가 색다른 맛과 향이 있었다. 이런 독특한 맛 때문에 커피광들이 열광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집이 가까이 있었다면 우리도 기꺼이 커피 떨어질 때마다 부리나케 가서 사 왔을 것 같다.
왜 좌파란 이름을 붙였는지 궁금한데, 궁금하면 5백원 할 수도 없고^^. 이 이름이 아니었어도 맛 자체로 우릴 매혹시켰겠지만, 흥미로운 이름이 만들어 내는 약간의 아우라도 작용했을지 모르겠다. 좌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란 의미인지, 로스팅과 블렌딩에도 우파나 중도가 있는데 좌파 식으로 했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그냥 멋스러워 보이는 이름을 붙인 건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맛이 괜찮고, 기회가 되면 직접 그 집에서 한 번 마셔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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