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비손 파스타 세트
Posted 2013. 2.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오랜만에 이태원 나들이를 했다. 이태원역에서 하얏트 올라가는 길 거의 다 가서 나오는 레스토랑 비손(Pishon)에서 점심약속이 생겨서다. 비손은 비는 손의 준 말이 아니라^^, 창세기 2장에 나오는 강 이름이다. 작은 레스토랑이었지만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는 집이었다. 2인용 테이블 두개를 붙여 놓은 기본 테이블 구성이다.
점심 때라 2만원대(2만7천원에 부가세가 붙으니 3만원이라 해야겠군) 파스타 세트를 시켰다. 빵-수프-샐러드-파스타-커피가 차례로 서빙되는데, 수프와 파스타는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부드러운 바게트가 먹기 좋은 크기로 썰려 나오고, 버터와 올리브유-발사믹을 찍어 먹을 수 있다. 물론 나는 한 조각은 버터를, 또 한 조각은 올리브유를 찍어 먹고, 남은 건 수프에도 잘라 넣어 먹었다. 빵맛은 그리 특별하지 않아 리필하는 이가 없었다.^^
어니언, 토마토 수프를 제치고 내가 고른 건 포테이토 수프. 시켜놓고 보니 셋 중 제일 평범하고 무난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양도 적지 않았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시킨 어니언 수프가 제법 먹음직해 보였는데, 정작 맛은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싱싱한 토마토 한 조각으로 포인트를 준 샐러드는 재료가 충실했다. 밑에 살짝 깔아 놓은 드레싱은 올리브유를 중심으로 별다른 배합 없이 야채 맛으로 입맛을 돋구어 주려는 쉐프의 돌직구 같았다. 때로는 드레싱의 현란한 맛에 야채 맛은 갈 바를 모른 채 방황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십여 가지가 넘는 파스타 가운데 고른 건 오일 씨푸드 파스타. 단품으로는 2만5천원을 받는다고 메뉴에 나와 있었다. 흰색의 커다랗고 움푹한 접시에 나왔는데, 올리브유만 써서도 그랬겠지만 나오는 순간 양이 작아 보였다. 다 먹은 다음 서빙하는 사장님께 양이 좀 작은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정량이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위가 큰 거지, 뭐.
식구들 모두가 좋아하기도 해서 집에서 가끔 파스타를 해 먹곤 하는데, 이 때 파스타면은 코스코에서 파는 대중적인 이태리 면을 쓴다. 아무래도 홈메이드 파스타가 양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그래도 남자 손님들 건 조금 면을 더 넣어야 할 듯 싶다. 조개 육수에 올리브유로 만든 이 파스타는 5점 만점에 3점, 후하게 치면 3.5점 정도. 집에서 한 번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커피. 맛있었다. 리필해 줄까 눈치를 봤는데, 아무도 리필을 요구하지 않는 터라 줄어들만 하면 끊임없이 채워주는 물 서비스로 만족하기로 했다. 커피 리필 되냐고 물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혹시 안 된다는 답이 돌아오면 괜히 호스트에게 그냥 한 잔 더 시키시죠, 하는 부담을 줄까봐 참았다.
내가 앉은 쪽 정면 창가 커튼 옆에 다양한 모양으로 된 촛대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아마도 밤이 되면 테이블마다 놓여 분위기를 내는 촛대들 같았다. 와인 냉장고도 보이고, 저녁 때 오면 라이브로 기타 연주도 들려준다고 하는데, 음식 맛이나 양, 분위기로 봐서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좋아할 곳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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