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 두부 스테이크
Posted 2013. 2.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명절이라고 아래층에서 두부 한 판을 보내왔다. 위 아래층에 오래 함께 살면서 어렸을 적 우리 아이들의 쿵쿵거리는 소리를 감내해 주었고, 여자들끼리는 종종 한강변을 같이 걷기도 하는데, 몇 해 전부터 두부공장을 하면서는 설과 추석이면 직접 만든 두부를 보내 온다.
우리 식구가 먹기엔 많아서 본가에 갈 때 가져가기도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김치 냉장고 위에 놓인 걸 보니 남한산성 불당리 주먹손두부(6/14/12)에서 먹은 맛이 생각나면서 두부 스테이크를 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은 네모난 긴 철판에 구워 내오는데, 참기름인지 들기름인지 아무튼 고소한 냄새를 가득 풍기면서 입맛을 다시게 한다.
말이 스테이크지, 어려울 게 하나 없는데, 적당한 두께로 썰어 들기름을 넉넉하게 두른 프라이팬에 얹고 두세 번 뒤집어 부쳐 노릇노릇해지면 접시에 담아내는 초간단 요리(?)다. 아마 마트에서 사 온 두부였다면 이리 두껍게 썰진 못했을 텐데, 한 판이나 있으니 평소의 배 정도 되는 두께가 가능했다.^^ 어머님과 내가 두 조각씩 먹고, 아침을 안 먹겠다던 로즈마리도 자기 게 있느냐고 관심을 보여 한 조각 인심썼다.
두부란 게 굽거나 부쳐 먹기도 하지만, 그냥 날것을 맨입으로 먹어도 무방한 거라서 그리 오래 부치지 않고 바로 먹어도 되겠지만, 몇 번 뒤집으면서 노릇하게 부치면 보기에도 딱 좋아져 식감을 자극하고, 자칫 식탐까지 불러일으키는 희한한 대중음식이다.
옆모양이 꼭 핫바처럼 생겨 더 먹음직했는데, 고소한 들기름 맛과 향을 즐기며 먹다가 두 조각을 더 부쳤다. 이번엔 양념간장을 위에 얹어 먹었는데, 순식간에 작은 크기의 두부 한 모를 먹었다. 웰빙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하니 배도 든든하지만, 속도 편하고, 무엇보다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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