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무다
Posted 2013. 6.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모락산 기슭에 있는 계원대 캠퍼스는 보리밥촌이 있는 후문에서 정문에 이르는 길을
주민들과 등산객들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작은 캠퍼스라 몇 분 안 걸리지만, 조경이 잘 돼
있어 어느 계절에나 볼 게 많고 눈이 시원해진다. 담 없이 한쪽이 산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을 갖고 있는 대학도 흔치 않을 것이다.
보통 때는 후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운동장 옆으로 해서 정문으로 내려오는데, 지난주와
이번주엔 후문 안쪽 공터에 큰 나무 등걸 하나가 쓰러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새로 갖다
놓은 건 아니고 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건데, 그 동안 딱히 눈에 들어오진 않았던 것이다.
지름이 얼추 1미터는 족히 되는 꽤 크고 육중한 나무인데, 아마도 캠퍼스가 생길 때
주위에 있던 걸 조경과 조망을 위해 베어낸 다음 등걸만 그 자리에 둔 것 같다(이런 아름드리
나무가 베인 것은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다). 풀밭에 누워 있길 오래여서 등걸 군데군데
틈새로 풀과 잎이 제법 자라 마치 일부러 그리 꾸며놓은 것처럼 보였는데, 누군가가
재치 있게 커다란 꽃 두 송이를 머리에 꽂듯 꽂아 두었다.
큰 톱으로 켠 단면은 나이테를 세기 어려웠지만 이 나무의 연륜을 짐작하기엔 충분했는데,
땅에 뿌리를 박고 든든히 서 있을 때도 볼만했겠지만 이렇게 뽑히고 잘라져 누워 있어도
이 나무의 카리스마는 여전해 보였다. 살아 있을 때뿐 아니라 죽어서도 당당하고 넉넉했고,
오히려 이리 누워 작은 풀들의 친구가 되고, 자연의 일부로 여전히 살아 있는 듯 했다.
뿌리 쪽은 거의 잘려나가고 말라 붙어 어수선해 보였지만, 품고 있던 흙 사이로 또 다른
잡초를 자라게 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나무란 게 땅속 깊이 박히고 위로 높이 자라면서
아름드리 큰 나무로 늠름하게 서 있을 때도 멋있지만, 이렇게 베이고 등걸만 남아 누워 있어도
보기 좋고 시선을 잡아 끄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민들과 등산객들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작은 캠퍼스라 몇 분 안 걸리지만, 조경이 잘 돼
있어 어느 계절에나 볼 게 많고 눈이 시원해진다. 담 없이 한쪽이 산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을 갖고 있는 대학도 흔치 않을 것이다.
보통 때는 후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운동장 옆으로 해서 정문으로 내려오는데, 지난주와
이번주엔 후문 안쪽 공터에 큰 나무 등걸 하나가 쓰러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새로 갖다
놓은 건 아니고 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건데, 그 동안 딱히 눈에 들어오진 않았던 것이다.
지름이 얼추 1미터는 족히 되는 꽤 크고 육중한 나무인데, 아마도 캠퍼스가 생길 때
주위에 있던 걸 조경과 조망을 위해 베어낸 다음 등걸만 그 자리에 둔 것 같다(이런 아름드리
나무가 베인 것은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다). 풀밭에 누워 있길 오래여서 등걸 군데군데
틈새로 풀과 잎이 제법 자라 마치 일부러 그리 꾸며놓은 것처럼 보였는데, 누군가가
재치 있게 커다란 꽃 두 송이를 머리에 꽂듯 꽂아 두었다.
큰 톱으로 켠 단면은 나이테를 세기 어려웠지만 이 나무의 연륜을 짐작하기엔 충분했는데,
땅에 뿌리를 박고 든든히 서 있을 때도 볼만했겠지만 이렇게 뽑히고 잘라져 누워 있어도
이 나무의 카리스마는 여전해 보였다. 살아 있을 때뿐 아니라 죽어서도 당당하고 넉넉했고,
오히려 이리 누워 작은 풀들의 친구가 되고, 자연의 일부로 여전히 살아 있는 듯 했다.
뿌리 쪽은 거의 잘려나가고 말라 붙어 어수선해 보였지만, 품고 있던 흙 사이로 또 다른
잡초를 자라게 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나무란 게 땅속 깊이 박히고 위로 높이 자라면서
아름드리 큰 나무로 늠름하게 서 있을 때도 멋있지만, 이렇게 베이고 등걸만 남아 누워 있어도
보기 좋고 시선을 잡아 끄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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