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은 동네가게 이름
Posted 2013. 9.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등잔밑이 어둡다고, 매일 출퇴근길과 점심 때 지나다니는 사무실 근처 상가 한 곳이
가게 이름들을 새삼 잘 지었다는 걸 알게 됐다. 평소 바로 옆을 지나 다닐 때는 무심코
지나치다가 육교 건너에 있는 식당을 갔다 오는 길에 비로소 잘 지은 가게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눈높이를 달리해 내려다보면서 이름들이 눈에 띈 것 같다.
가게 위치와 다루는 품목 못지 않게 매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상호인지라
가게 주인들은 저마다 갖은 애와 꾀를 써서 이름을 짓고 거기에 어울리는 간판을 만들어
달았을 것이다. 찬찬히 살펴보니 어느 것 하나 대충 지은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래도 그 중 몇 개가 자연스런 어감과 느낌으로 지나다니는 이들을 부르고 있었다.
첫 눈에 들어온 것은 손톱 발톱을 관리해 주는 네일 집인데, 상호는 오늘 네일. 오늘도
네일 하고, 오늘이나 내일이나 네일 하는 집이 쉽게 연상된다. 부르기도 좋고 기억하기도
좋은 이름이다. 프랜차이즈인지 단독 점포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 이름이면 특허를
내도 되지 않을까.
2번 타자는 버거집인데 이름하여 better burger를 표방하는 It's my burger. 나름대로
이름 있는 크라제 버거의 마이너 브랜드로 두어 달 전에 비교적 한적한 이 동네에 오픈해
신기해서 두어 번 가 봤는데, 버거 패티로 해쉬 브라운을 넣은 게 맛이 괜찮다. 에어컨을
미국처럼 끝내주게 시원하게 틀어줘 앉아 있으면 금세 선선해지는 것도 특징.
3번 타자는 커피집인데, Think about Coffee. 영어로 표기해 놓았는데,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 어때, 하며 은근히 꼬시는 커피 가게다. 물론 현실은 녹녹치 않다.
바로 옆에 유명 프랜차이즈 Hollys가 있고, 길 건너편에 Tom N Toms를 위시해 커피전문점
하라(Harrar), 이디야, 요거프레소, 바리스타, 커피에 반하다 등 좁은 반경에 크고 작은
커피집이 열 개가 넘게 난립해 있기 때문이다.
흔하지만, 흔한 거 둘을 붙여 놓으니 의외로 흔한 이름이 아니라 정겨운 이름이 됐다.
뭐 보기에 따라서는 흔하디 흔한 이름이랄 수도 있지만,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부르기
좋고 정감 넘치는 이름이다. 역시 분식집이 널려 있어 장사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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