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철탑, 아니 송전탑
Posted 2014. 1.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가까이 다가서야 잘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오히려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멀리 떨어져야 잘 보이는 것 중 하나가 철탑이다. 몇십 미터 높이에 아랫쪽 둘레도 십 미터는 족히 되니 오히려 가까이서 바라보면 고개도 아프고, 이렇게 밑에서부터 올려다 보면 그 정체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위 사진만 달랑 보고서 철탑이라 맞출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거대한 철탑을 위로 높이 세우기 위해선 아랫쪽 기초가 탄탄해야 하는 건 불문가지. 하중과 높이를 견디게 하려고 콘크리트 기둥을 두껍고 깊이 박아야 했나 보다.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지름이 1m는 족히 넘었다. 덕분에 기둥 위는 여러 사람이 앉았다 가도 될 정도가 됐다, 저렇게 네 군데를 나란히 놓아서 균형을 잡아주고서야 철탑을 올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멀리서 바라봐야 잘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야 할 때도 있는데, 이런 하단부 기둥 생김새나 철탑 색깔이 멀리서 보던 것처럼 시커먼게 아니라 녹색이나 다른 컬러라는 건 조금 수고해서 산에 올라 근처에 가는 수고를 해야 알 수 있다.^^
양평 청계산 등산로에서 만나는 철탑은 머리통이 꼭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거인 로봇처럼 생겨 약간 우스꽝스러워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면 전혀 그렇지 않게 육중해 보이기만 한다. 멀리 서 있는 걸 줌으로 당겨 보면 스틸 특유의 차가움을 벗어던지고 뒤뚱거리며 걷는 듯한 코믹한 자태를 보여준다.
문득 한가하게 철탑이라고 부를 게 아니라, 기능 그대로 송전탑이라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스쳐갔는데, 철탑을 송전탑이라 부르니 어감은 물론 느낌이 확 달라진다. 송전탑 하면 밀양이 생각나고, 제주 강정마을이며 4대강 공사 같이 환경보다는 개발에 무게를 두고, 거기다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현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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