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봉은 오늘도 용문산을 안 보여주네
Posted 2014. 2.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지난 주말 다시 양평 백운봉(940m)을 찾았다. 집에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하지만,
사나사 앞에 주차하기도 편하고, 9백 미터대의 산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오를 조금 지나
출발해 기온은 낮지 않았지만 오르내리는 동안 싸락눈이 줄곧 뿌려대 어차피 정상에 올라도
지난 번에도 그랬던 것처럼 용문산 일대의 멋진 경관을 못 볼 것 같았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미끄러운 눈길을 타박타박 올라갔다.
주말인데도 사나사 코스는 등산객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 대중교통으로 오기가 조금
불편해서일 것이다. 덕분에(?) 작년 말부터 세 번의 산행이 늘 호젓하기만 하다. 사나사 계곡은
언 곳도 있었지만, 대체로 얼지 않아 물 흐르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한 시간 정도 오르면 용문산과
백운봉이 갈리는 능선이 나오는데, 숨을 돌리면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밧줄 구간 네 곳과
계단 구간 네 개가 이어진다. 300m 정도를 남긴 막판 15분이 제법 난코스란 말이 되겠다.
그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계단 구간은 밟고 올라가야 할 계단이 각각 백 개와 이백 개가
넘어 만만치 않은데, 좌우로 몇 번씩 방향을 틀며 놓인 게 계단이 없었다면 꽤 험한 구간이었을
것 같다. 초등자들을 비롯해 거진 다 올라와서도 마지막 진땀을 빼야 정상을 허락하는 백운봉의
자존심으로 보였다. 그래도 계단 중간에 다리가 풀리거나 숨이 차면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볼 수
있도록 미니 전망 구간을 몇 군데 두어서 올라온 코스를 보면서 다시 힘을 내게 만든다.
이번이 이쪽 등산은 세 번째이고, 등정은 두 번째인데, 매번 눈이 오거나 해서 날씨가
좋지 않아 결국 정상에서 조망할 수 있다는 천 미터대 초반의 용문산 봉우리들을 바라보는
일은 다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눈발이 뿌려대면서 바로 아래도 보이지 않는데, 용문산 경치는
언강생심이었나 보다. 뭐 한두 달 뒤 봄이 오면 다시 오르고, 그때도 보여주지 않으면 또 다시
여름, 가을에 찾으면 되니까 이래저래 올해는 백운봉과 제접 친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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