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Gatos의 기분 좋은 아침식사
Posted 2014. 7. 2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미국 서부 도시들7월초 두 주간의 미국여행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요세미티 백패킹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탓에 다른 도시 이야기는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하고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있다. 그래도 귀국 전 날 들렸던 산호세(San Jose)의 조용하고 멋진 동네 로스 가토스(Los Gatos)에서 먹은 아침식사는 입이 근질거려 더 미룰 수가 없다.
인근에 있는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가기 전에 아침을 먹은 이곳은 식당 이름을 동네 이름 그대로 붙인 동네 맛집이었다. 주말에 가깝긴 해도 금요일 아침인데도 식당 안팎엔 아침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이쯤 되면 맛은 안심해도 되는 분위기였다. 우리도 이름을 쓰고 10여 분 기다린 끝에 문 앞 빈 자리로 안내 받았다.
식당 한쪽 벽엔 이 집을 소개한 신문 기사들이 스크랩 되어 있었는데, 기사 크기나 종이색이 다른 걸로 봐서 여러 번 지역 신문의 별점을 받은 것 같았다, 이런 액자가 두어 개 더 있었는데, 음식을 주문해 먹어보니 허울 좋게 허투루 장식해 놓은 게 아니란 걸 인정할 수 있었다.
두서너 명이 함께 온 테이블이 대부분이었지만, 혼자 아침 식사를 하러 온 이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또는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읽던 책을 읽어나가는 나이 든 여성 손님을 벽에 걸린 맛집 소개 어플 yelp 액자 찍는 척하면서 클로즈업 해봤다. 정겨운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뉴판을 펼치니 오믈렛, 베네딕트, 팬케이크, 토스트와 와플 등 브런치 메뉴를 다양한 토핑으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었다. 중간중간 빨간 색으로 인쇄된 게 추천 메뉴쯤 되는 것 같았다. 오믈렛 가운데 뭘 고를까 하고 있는데, Shiker님이 계란 흰자만 쓴 베네딕트를 먹어봤느냐고 물어왔다. 2년 전에 뉴질랜드 웰링턴을 여행할 때 폴모가 권한 메뉴였다.
메뉴판에서 눈을 돌려 주방을 바라보니, 종업원들이 주방 앞 머리 위쪽에 주문서를 꽂아두는 게 보였다. 아직 카운터와 주방이 연결되는 전산 처리는 안 하는 모양인데, 나로선 오히려 이렇게 빙빙 돌리는 수공업 방식의 주문 접수와 처리 시스템이 더 볼만 했다. 그림이 돼잖는가.^^
짜잔~ 우리가 시킨 음식이 나왔다. 미국 음식엔 아스파라거스가 많이 나오는데, 맛을 떠나 그림이 좋아진다. 감자는 해쉬브라운이 아니라 삶은 감자를 몇 조각낸 다음 구워냈다. 식감이 참 좋았다. 부드러운 면은 부드러운대로, 센 불로 살짝 튀기듯한 면은 고소한 맛이 더해져 계속 포크질을 해야 했다.
베네딕트와 오믈렛은 그냥 봐선 평범해 보이지만, 안에 들어간 재료들과 익힌 정도가 아침에 먹기 딱 좋았다. 일단 미국 식당의 브렉퍼스트는 양이 제법 된다. 대체로 여성들이 아침으로 먹기엔 좀 많겠다 싶게 주는데, 재밌는 건 거의 안 남기고 해치운다는 것. 맛과 양 모두 나무랄 데 없는 메뉴였다. 커피와 팁까지 15달러 안짝에 누리는 행복이었다.
아, 빼먹을 뻔 했는데, 한 가지가 더 나왔다. 이 집은 음식을 시키면 토스트나 커피 케이크를 주는데, 우린 라스베리 커피 케이크를 달랬다. 먹다가 남으면 싸 가면 되겠거니 했는데, 부드럽고 달달하면서도 지나치게 달지 않은 게 너무 맛있었다. 살짝 배가 부르긴 했지만 이런 건 도저히 남길 수 없~으리.
한국과는 달리 종업원의 서빙을 받는 미국 식당에선 15% 안팎의 팁을 주는데, 관행이긴 해도 어떤 땐 팁 주는 게 아까울 때가 있다. 그럴 정도의 맛이나 서비스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땐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팁을 놓을 때도 있다. 산호세 카페 로스 가토스는 팁이 아깝지 않은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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