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 Four Barrel Coffee
Posted 2014. 8. 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미국 서부 도시들샌프란시스코에는 미국 전역에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지만, 이 지역 사람들이 애호하는 커피 브랜드가 몇 개 있다고 한다. 블루 바틀(Blue Bottle)과 포 배럴(Four Barrel) 그리고 리츄얼(Ritual)이 그것이다. 아침엔 블루 바틀을 먹어봤으니, 오후엔 포 배럴을 마셔볼 차례라며 미션 지구(아니면 발렌시아)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바깥엔 간판도 없어 수수한 집이겠거니 했는데, 안에 들어서니 제법 넓고 북적거렸다,
포 배럴, 배럴은 국제유가를 표시할 때 쓰는 단어로 군대에서 쓰는 드럼통을 생각하면 되는데, 1 배럴이 160 리터 정도 되니, 이 집 상호 4 배럴은 600 리터가 조금 넘는 양이다.
아무래도 커피집이니까 커피를 대량으로 로스팅할 때 쓰는 기계의 용량에서 따온 이름 아니겠나 싶은데, 내가 이런 거 전문가도 아니고 처음 방문한 집이니 아닐 수도 있다.
토요일 오후였는데, 분위기 좋았다. 적당히 북적거렸고, 수수하면서도 단아하게, 그러니까 꾸민 듯 안 꾸민 인테리어며, 오가는 손님들이며, 유니폼을 입지 않은 바리스타들이며 자유로운 샌프란시스코의 속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주문하고 나선 정방형 바처럼 생긴 곳에서 잠시 기다리면서 남녀 바리스터들의 커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는 구조였다.
LP판이 꽂혀 있는 원목장 아래엔 주방 싱크대 위에 턴테이블과 앰프가 무심한 듯 놓여 있고, 지금 흐르고 있는 음악의 LP 자켓이 세워져 있다. CD도 사라져 가고 간단히 음원 다운 받아 듣는 시대에 LP라니, 자유로운 가운데서도 의외로 보수적인 일면도 있다는 샌프란 사람들의 개성 넘치는 단면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안쪽엔 여기가 커피샵인지, 커피 공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커다란, 포 배럴 특유의 로스팅 기계가 원두를 볶아내고 있다. 수북이 쌓인 원두 가마니들과 대형 플라스틱 통들이 줄을 서 있는데, 가까이 가도 딱히 제지하지 않아 원한다면 한참 구경할 수도 있다. 가끔 카페들을 가 보면 로스팅 작업 공간을 무슨 비밀 요새마냥 엄숙하게 관리하는 곳들이 많은데, 이런 데 가서 보고 배워 오면 좋겠다.
뚜껑이 있는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원두들이 나란히 서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업 되는 카페였다.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맛을 내지 않았을까. 테이크 아웃 해서 가는 이들도 많은데, 우린 벽면에 붙은 두껍고 투박해 보이는 통나무 테이블에서 거의 무릎을 맞대고 마셨다. 오후부턴 코스타 전현직 간사 둘이 합류해 늦은 점심으로 먹은 피자와 이 집 커피, 그리고 이 일대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까지 함께 즐겼다.
'I'm traveling > 미국 서부 도시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거란 이런 것 (4) | 2014.08.13 |
---|---|
Be Waste Wise! (2) | 2014.08.09 |
샌프란 Blue Bottle Coffee (2) | 2014.08.07 |
샌프란 Farmers Market (4) | 2014.08.06 |
Los Gatos의 기분 좋은 아침식사 (2) | 2014.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