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 커피에 슬슬 맛을 들이다
Posted 2014. 7.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한 달여 전부터 드립 커피에 맛을 들이고 있다. 줄곧 원두를 갈아 커피 머신에 내려 마시곤 했는데, 최근 두어 차례 솜씨 좋은 이들이 만들어 준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됐다. 사실 그 동안 카페에서나 드립 옹호자들이 내려 준 드립 커피를 안 마셔본 건 아니지만, 조금 번거롭기도 하고, 약간 유난 떠는 것 같기도 하고, 딱히 크게 맛 차이를 못 느끼겠기에 여러 번 기회가 있었지만 이 세계에 선뜻 발을 들여놓진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한두 잔 내려보더니 맛이 괜찮다며 권해왔고, 저녁 먹고 한 번 해보니 나쁘지 않아 일주일에 두세 번 하게 됐다. 겨울 생일 때 g가 선물로 건넨 하리오 주전자(Drip Pot)와 드리퍼(Dripper)도 있고, 블루 바틀(Blue Bottle)과 포 배럴(Four Barrel) 같은 샌프란 최강 원두도 있으니 이제 드립 서버(Server)만 사면 대충 기본 도구는 갖추는 셈이다.
드립 커피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는 데 일조한 이는 올여름 휘튼 코스타에서 만난 IVF의 김성한 간사다. IVF와 선교한국 등에서 미디어 사역을 정착시키는데 기여했던 그는 지금 시카고 Trinity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데, 매일 밤 강사 휴게실에서 커피 원두를 갈아서 동료 강사들과 간사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들리는 말로는 그가 닷새 동안 갈고 내린 시애틀, 시카고 원두가 8파운드쯤 된다니 대략 3.5kg이다. 코스코에서 파는 1kg 조금 넘는 대용량 원두 세 통을 혼자 갈고 내린 셈이니 그 수고와 섬김이 특별하다 하겠다. 그렇다고 맛이 그저 그랬느냐 하면 천만의 말씀인데, 그에게선 어떤 장인 비슷한 향기가 느껴졌다.^^
또 한 사람은 역시 이번 코스타에 같이 갔던 ss인데, 사실 몇 해 전부터 종종 직접 볶고 갈아내린 커피를 대접받으면서도 친근한 사이라서 칭찬보다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작년에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에니어그램>이란 책을 낼 정도로 커피에 일가견이 있는 그녀의 커피를 최근 다시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커피 회심(Coffee Conversion)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맛이 좋았다.
글쎄 내 커피 회심이 어느 정도로 이루어질지 사실 나도 궁금한데, 모르긴 해도 진짜 회심이 그랬듯이 아마도 서서히 점진적으로 일어날 걸로 예상된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반색하면서도 한쪽 구석에선 팔짱을 낀 채로 과연 그럴까, 뭘 그리 호들갑을, 하며 회의하는 슬로우 스타터 기질이 예서도 그대로 나타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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