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최강 우리밀 국수
Posted 2014. 9. 1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두어 달 전부터 금요일 저녁마다 교회에서 하는 소그룹인 가정교회 준비모임을 하기 시작했다.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도 하던 건데, 한동안 안 하고 편히 지내다가^^ 양평에 사는 두 가정과 가볍게 모이기 시작했다. 한 가정은 양평 토박이이고, 다른 가정은 양평에 직장이 있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양평 식당 몇 곳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양평에서 국수 잘하는 집으로 둘 다 첫 손가락에 꼽은 곳은 양평 시내에서 여주 가는 길 오른쪽에 있는 우리밀 국수마을이다. 국수 얘기가 나오자마자 둘은 엄지손을 꼽으면서 최강, 지존, 대박 등의 찬사와 함께 맛이면 맛, 값이면 값 죄다 만족할 거라면서 상찬을 그치지 않았다. 고뤠~? 국수라면 사죽을 못 쓰는 내가 이런 집을 안 가 보면 서운하지.
마침 양평5일장이 열리는 8월 중순 토요일에 야매목장 식구들과 시장 구경을 하기로 해 양평역에서 만나 시장을 잠시 둘러본 뒤 국수집을 찾아 갔다. 양평읍내 방앗간이 있는 길가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국수집은 간판을 조금 촌스럽고 정신 사납게 붙여 놓았지만, 뭐 식당 외관이나 간판 분위기가 아니라 국수를 먹는 집이니까 개의치 않고 들어갔다.
식당 안은 그리 좁지 않았는데, 만두나 다른 건 일절 없이 오로지 국수 몇 가지만 내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밀을 쓴다면서도 가격은 어찌 이리 착한지, 시켜서 맛 보기도 전에 벌써 두루 맘에 들었다. 벽에 붙은 메뉴판만 봐도 게임 끝!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고, 자주 오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5천원 받는 멸치국수와 비빔국수를 베이스로 천원 더 받는 콩국수와 팥칼국수 이렇게 국수 네 가지만 만드는 집이다. 한 가지를 더 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안 만드는지 살짝 가려놓았다(이러면 궁금해지는데, 몇 번 가서 주인과 낯을 익힌 다음에 물어봐야겠다^^). 압권은 현금계산하면 곱배기 값을 더 받지 않는다는 것, 정말 맘에 든다.
네 가지 국수 다 좋아하는 거라 뭘 시킬까 고민하다가 순차적으로 맛보기로 하고 일단 비빔국수 곱배기를 시켰다. 식당 안을 대충 훑어보니 따로 육수통이 없는 걸로 봐서 비빔으로 시키면 매운 맛을 달래줄 멸치 국물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큐로 두 가지를 맛보는 이런 걸 전문용어로 통빡 - 엄연히 사전에 나오는 말이다^^ - 을 굴린다고 하는데, 나처럼 JQ(잔머리 지수)가 높은 이들의 특징이다.^^
짜잔~ 5천원 짜리 비빔국수 곱배기가 나왔다. 우리밀 국수 위에 비빔 양념을 얹고 다시 그 위에 콩나물, 상추, 김가루, 하얀 무절이가 고명으로 얹혀졌다. 수입밀과 우리밀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별할 혀는 아니고, 전체적으로 괜찮은 맛이었다. 요즘 국수집들이 워낙 육수와 비빔 양념에 비법을 구사해 서로 독특한 맛을 내려 애쓰는데, 이 집은 평범해 보이는 깔끔한 맛이 오히려 특징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진한 국물이 곁들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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