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의 귀향, 집으로 돌아가는 길
Posted 2014. 9. 25.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마이클 포드가 쓴 나우웬 평전 <상처 입은 예언자 헨리 나우웬>을 읽고 나우웬 책 두 권을 읽었다. 유명한 <탕자의 귀향>은 15년도 더 전에 이런 책이 있느냐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하면서 선물로 준 한철호 선교사(선교한국 파트너스) 덕에 읽었는데, 이번엔 평전을 낸 포이에마에서 양장본으로 5년 전에 새로 낸 걸 읽었다.
렘브란트가 그린 같은 제목의 그림을 보면서 나우웬이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쓴 이 책은 내용도 많이 알려지고 많이 읽혔는데 - 아직 안 읽은 분들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 최종훈의 유려한 번역이 행간에서 살아 춤을 추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좋은 의미에서 능수능란해 보이는 번역자가 고른 우리말에선 나우웬의 향기가 물씬 느껴졌다.
렘브란트의 그림에 나오는 주요 등장인물 세 사람, 탕자-형-아버지를 각각 화두 삼아 집을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귀향(歸鄕)이 함축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와 이미지를 그려보게 하는데, 독자라면 누구나 나우웬의 안내를 기초로 현대적으로 재구성, 재해석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 같다. 책에선 다뤄지지 않았지만, 그림에 희미하게 나오는 나머지 세 인간상도 각각 의미 부여를 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1997년에 처음 번역된 글로리아판에 비해 2009년에 새로 번역한 포이에마판은 양장본, 가독성에 무게를 둔 널널한 조판뿐 아니라, 몇 페이지 간격으로 렘브란트의 소묘, 동판화, 유화를 싣고 있어 이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본문을 요즘 평균치인 23행은 아니더라도 21행 정도만이라도 충분히 읽을만 했을 텐데, 19행만 준 것은 조금 너무했다.
이 책과 닮은꼴 격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나우웬이 직접 쓴 책은 아니고, 그가 말년을 함께했던 캐나다 라르쉬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에서 공동체 도우미들을 대상으로 렘브란트의 이 그림을 주제로 했던 세 번의 소규모 워크숍을 나우웬 사후 한참 뒤인 2007년에 수 모스텔러를 중심으로 나우웬 재단 사람들이 녹취, 편집해 만든 강연록이다. 이 워크숍은 <탕자의 귀향>을 쓰기 3년 전에 있었고, 이 책은 공개된 적이 없던 유작이 된 셈이다.
같은 그림,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이기에 겹치는 부분도 일부 있지만, <탕자의 귀향>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오게 됐는가를 좀 더 소상히 알 수 있고, 그 책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도 나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아직 나우웬의 책을 안 읽은 이들이라면 둘 중 아무 거나 읽어도 좋을 것 같고, 설교자들이라면 둘 다 읽어 두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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