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한 군데만 간다면 - Soho 거리
Posted 2014. 11. 1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Viva Hongkong가기 전엔 홍콩영화들에 나오던 허름한 골목이나 거리를 질주하는 요란한 야경을 보겠거니 했는데, 내 마음에 남은 홍콩 거리는 뜻밖에도 중심가 센트럴에 있는 소호(Soho) 거리였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좌우 풍경을 구경하다가 아무데서나 내리면 시작되는 소호 거리는 그다지 길지 않은 서너 골목에 개성 있는 카페, 레스토랑, 바, 샵들이 밀집되어 있는 아름다운 거리였다.
두 대가 겨우 다닐 만한 골목은 다행히 일방통행이어서 그리 번잡해 보이진 않았다. 거리 위로 삐죽 고개를 내민 이런저런 간판들이 크기도 스타일도 다른 게 개성이 있었다. 소호 거리의 매력을 파악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 걸음 내딛지 않아 이 거리 참 맘에 든다는 환호성이 너나 할 것 없이 터져나왔다. 아주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후지지도 않아 적당히 세련된 거리 분위기에 다들 마음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고만고만한 옷가게와 바들이 즐비한 가운데 이국적인 강렬한 컬러로 단연 눈길을 끄는 두 가게는 타코와 스테이크를 파는 레스토랑. 들어가진 않았지만, 십중팔구 겉을 치장하고 있는 꾸밈새 감각으로 볼 때 음식 또한 배신을 때리진 않을 터. 올라오면서 참치동을 먹지 않았더라면 두 집 중 하나에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을 것이다.
이 골목엔 커피샵보다는 가볍게 한 잔 하며 담소하는 바들이 많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무거운 술들도 많이 하겠지만, 옥외에 마련된 테이블에서는 맛있어 보이는 맥주 일병으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좋아보였다. 사실 이런 자리는 스모커들을 위한 흡연석인 경우가 많은데, 저녁이 되고 밤이 되어 사람들이 몰려와 앉을자리가 모자라면 그저 길가에 서서 맥주 한 잔 하는 사람들로 이 거리는 또 새로운 풍경을 그려낼 것이다.
이런 골목에 옷 가게와 소품 파는 샵이 없으면 다소 심심할까봐 중간중간 의류 가게와 가죽제품, 문구류 등 작지만 각종 개성 넘치는 소품샵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데쟈뷰와 벨라 같은 의류샵은 아마 전세계 웬만한 동네에서도 볼 수 잇는 이름이 아닐까. 알고 나면 별 게 아닌데, 일본어로 1, 2, 3을 뜻하는 이치 니 산 샵은 그릇을 팔고 있었다.
오후가 지나가면서 저녁시간이 가까워오자 소호의 레스토랑들은 한 줄로 길게 놓인 테이블 위에 하얀 테이블보를 깔고 포크와 나이프, 접시를 놓으며 곧 찾아들 손님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홍콩에서도 유명한 골목이라 저녁이 되면 몰려드는 손님들로 빈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웨이팅 대열이 제법 된다고 한다.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이 아니라, 저 가운데 한 테이블에 앉아 서빙을 받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건물 벽 사이로 나즈막한 계단이 놓이고 작은 화분들 끝에 Mo Bros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숨어 있었다. Mo는 파스타 종류이기도 하고 여성 슈즈를 뜻하기도 하는 mostaccioli의 약자이고, Bros는 brothers인데, 분위기가 괜찮아 보여 찍어두고 귀국해 검색해 보니 소호의 맛집 중 하나였다. 아까비~ 들어가 보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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