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 Back 트레킹
Posted 2014. 11. 24.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Viva Hongkong보통 직원여행은 국내는 1박2일이나 2박3일, 해외는 2박3일이나 토요일을 껴서 3박4일을 하는데, 홍콩 같은 여행지는 오전 9시 비행기를 타도 3시간이 넘게 걸리는 비행시간, 입국수속, 숙소가 있는 시내 이동까지 감안하면 시간대가 바뀌어 한 시간을 번다 해도 첫날은 늦은 점심 먹는 시간부터 반나절 정도, 그리고 마지막날은 오후 비행기라 해도 공항으로 이동하는 시간에 맞춰야 해서 거의 다른 걸 하기 어렵다.
그래서 3박4일을 잡아도 아침부터 밤까지 쓸 수 있는 온전한 날은 이틀에 불과하다. 여기에 트레킹을 집어 넣으면 최소 반나절은 깨지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으려 했는데, 마침 동생이 추천한 트레킹 코스가 블로그들도 경치가 긑내주고 그리 어렵지 않다면서 추천하는 바람에 둘째날 아침에 그리로 이동해 오전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샤우 케이 완 역에 내려 9번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산길을 오르면 트레킹 출발 지점에 내려준다. 평일인데도 줄 서서 기다리던 2층버스는 1, 2층 모두 만석이 되어 출발했는데, 50대 이상의 현지인들만 아니라 서양인들도 여럿 보였고, 도중에 젊은 친구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출발지점에 있는 Shek O Mountain Bike Trail이란 지도 이름부터가 트레킹과 바이크를 겸하는 그리 어렵지 않은 코스란 걸 알 수 있다.
홍콩 트레일(Hongkong Trail) 가운데 용의 등뼈란 재밌는 이름을 가진 Dragon's Back 코스는 1km 길이에 정상까진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가벼운 코스다. 등뼈 운운하는 이름이 조금 험한 코스 아닐까 하겠지만, 오르내리는 등산이라기보다는 가볍게 걸어다닐 수 있는 기분 좋은 산책 코스였다. 우리는 정상까지 천천히 갔다가 되돌아왔지만, 보통은 능선을 따라 계속 걸어서 해변까지 내려가는 서너 시간 정도를 즐긴다고 한다.
출발하자마자 기분 좋게도 대나무숲이 반겨주었다. 보통은 어느 정도 걸어올라가야 약간 볼만한 풍경이 나오게 마련인데, 여긴 처음부터 겁 먹지 말고 즐기면서 걸으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대나무치고는 큰 키는 아니고 가느다랐지만, 울창하고 깊이가 느껴지는 대숲이 건네는 분위기는 청량한 기분을 맛보면서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10월 말이라 한국은 15-17도 정도 되던 땐대, 홍콩은 10도가 더 높은 25-27도로 화창한 날씨에 그리 무덥지 않아 트레킹 하기엔 아주 딱이었다. 꽃은 거의 없었는데, 유일하게 본 게 계란 프라이를 닮은 거였다.^^ 흐드러지게 핀 흰 동백이 있다면 이런 모양이겠거니 싶었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 올라가자 산의 등뼈 양옆으로 바다가 보였다. 걸으면서 한쪽으로만 바다가 보여도 멋있을 텐데, 양쪽으로 펼쳐지니 가히 환상적이었다. 이래서 Time지가 2004년에 이 코스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하이킹 코스로 꼽았던가 보다. 다들 이 코스를 일정에 집어 넣길 잘했다며 경탄을 연발했다. 해안가 골프장이 들어설 정도로 풍광이 뛰어난 곳이었다.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저 앞으로 용의 등뼈가 길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도달해야 할 정상까지 양쪽은 바다가 보이면서 길이 펼쳐져 있는 코스를 걷는 일도 흔치 않은 경험이다. 평탄했지만 명색이 용의 등뼈 위를 걷는지라 그 위세를 느끼게 하려는지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산길까지 불어오는 바닷바람, 이거 괜찮은 경험이었다.
정상석이 서 있는 듯한 부분에선 억새들이 억세게 흔들어대고 있었다. 어서 오라며 이방인 여행객들을 격하게 환영하는 손짓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근사한 정상 인증샷 한 장 남길 여유를 주지 않을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어댔다. 내일로 예정된 자유 여행일에 다른 데 가지 않고 혼자 다시 와서 이 길이 나 있는 끝까지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굴뚝 같았지만, 겨우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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