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낙엽 신발
Posted 2014. 12. 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12월 들어 연일 때이른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올가을은 속절도 없이 지나갔는데, 점심산책길에 거인 낙엽을 만났다. 흔하디 흔한 낙엽들 사이로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이건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어 신발을 대봤다. 1.5배가 넘어보이니 40cm는 족히 되는 올가을 내가 본 가장 큰 거인 낙엽이었다.
보통 어른 신발 크기의 나뭇잎은 옛날 사람들이 짚신 대용으로 신었다는 신갈나무 것인데, 이건 잎 모양새로 봐서 같은 참나무 가운데 잎이 가장 크다는 떡갈나무로 추정된다(나중에 알고 보니 후박나무였다^^) .땅바닥에 굴러다녀 신발을 떠올렸지만 옛날 같았으면 잘 씻어 접시나 그릇 대용으로 충분히 썼을듯 싶다.
한눈에 보기에도 다른 데보다 커 보이는 낙엽들이 온갖 갈색 그라데이션을 선보이면서 여기저기 굴러다니거나 켜켜이 쌓여 있었는데, 20cm 안팎의 준척(準尺)은 워낙 흔해 눈에 들어오지 않고, 30cm 안팎의 월척(越尺)들도 제법 많았다. 낙엽이 되어 말라 비틀어가고 있는 게 이 정도니까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땐 더 크고 윤기가 났을 것이다.
이 정도면 이 친구가 머물던 나무도 제법 클 것이고, 주위에 비슷한 친구들이 많이 굴러다닐 것 같은데, 아닌 게 아니라 일대가 거인낙엽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이 나무들이 열 맞춰 심겨진 길은 거인 낙엽들로 거의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멀리서 보면 낙엽이 아니라 비둘기떼가 놀러온 듯해 보이기도 했다.
키는 컸지만 몸통은 아직 전성기가 아닌 듯 호리호리해 보이는데도 이 정도의 낙엽을 생산한다면, 십수 년, 그리고 수십 년 지나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했을 땐 또 얼마나 굉장한 낙엽들을 떨어뜨릴지 상상이 안 됐다.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에 띄는 펼침막 세 개 (2) | 2014.12.12 |
---|---|
동네 등산로의 사계 (0) | 2014.12.10 |
벤치 받침대 (2) | 2014.10.19 |
가로수 가지 치기 (2) | 2014.09.21 |
흐리고 살짝 비 온 날의 산책 (2) | 2014.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