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등산로의 사계
Posted 2014. 12.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후해졌다. 창가에서 바라보는 설경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발로 딛고 걸으면서 보고 느끼는
풍경만은 못하기에 다소 귀찮고 춥긴 해도 주말 산행과 함께 주중에 한두 번은 점심 때
산을 찾게 된다.
사무실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아파트단지를 낀 오솔길이 나오는데, 한 백여 미터 정도
살짝 경사진 길이고, 그끝까지 가서 왼쪽 계단을 지나 오른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면 모락산
산길이 시작된다. 바닥엔 보도블럭이 깔려 있는 이 길은 오른쪽은 제법 높이가 있는 아파트
담벼락이고, 왼쪽은 동네 작은 공원과 경계를 이루는 키 큰 나무들이 마치 열주(
도열해서 등산객과 산보객들
강추위라도 몰려와 단단히 얼어붙으면 자칫 넘어지는 이들도 있다. 간간이 내리는 눈으로
거의 3월 초까진 이런 풍경을 간직하는데, 특히 중간중간 대설이라도 오는 주간엔 바닥은
물론 나무 열주도 흰색으로 변해 화이트 홀을 걸어 올라가는 기분을 선사하기도 한다.
고즈넉한 산책길로 치장하곤 했다. 특히 11월 중하순엔 단풍낙엽이 많이 떨어져 보도블럭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덮곤 해서 눈길의 뽀드득 소리와는 질감이 다른 바스락 소리로
시각은 물론 청각과 촉각까지 자극하곤 했다.
대여섯 달 뒤로 거슬러 올라가 한여름의 이 길은 짙은 녹음(綠陰)으로 시원한 그늘은
물론 대낮에도 어두운 나무 터널을 이루곤 했었다. 주위는 온통 맑고 화창한데, 이 안은
미니 블랙홀이 되면서 색다른 느낌을 선사하곤 했다. 너무 덥고 습기찬 날들은 산길을 오르는
동안 땀이 많이 날끼봐 등산을 주저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그래도 올라갔다 오곤 했다.
봄철에 찍어둔 사진도 있을 텐데, 벌써 오래된 계절 탓에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
못 찾았다. 신록이 물이 오르기 전이라 겨울나무 풍경에서 간간이 새 잎이 나기 시작하다가
벚꽃이라도 피어나면 겨울 설경, 가을 단풍, 여름 녹음과는 또 다른 계절의 아름다움으로
나를 불렀을 것이다. 몇 달 뒤면 다시 보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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