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살짝 비 온 날의 산책
Posted 2014. 9. 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9월이 되면서 슬슬 가을이 오려는지 월초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옷이 젖을 정도로
쏟아지거나 내리치는 비엔 어쩔 수 없지만, 안개비나 약한 가랑비 정도라면 점심 산책하는데
크게 지장을 주진 않아 여름내 부리던 꾀를 떨쳐내고 산으로 향했다. 숲길은 무더운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땀이 덜 나서 한결 나았다.
모락산 사인암 거의 다 가면 벤치 하나가 서 있는데, 경사진 곳이라 양쪽 다리 길이가
차이가 있다. 흐리고 살짝 비온 날에 올랐더니 주위는 옅은 안개가 끼고 조금 뿌연 기운으로
살짝 아웃포커싱돼 분위기가 있어 보인다. 평평한 데 놓인 벤치와는 달리 올라가면서 아랫쪽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눈앞에 놓인 사물의 느낌이 달라진다.
살짝 내린 비로 벤치는 조금 젖어 있었는데, 빗물이 흘러내린 아랫쪽엔 작은 물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마치 철봉에 턱을 대고 오래 매달려 있기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출발 신호를 기다리면서 스타트 라인에 서 있는 모습 같기도 했다. 생각보다
길어진 신호는 일순 주위의 모든 것이 정지돼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비가 조금 온 다음이 아니었다면 벤치나 그 아래에 매달려 있는 물방울들이 생기지도
않고, 당연히 눈에 띄지 않았을 텐데, 이런 풍경을 연출하는 자연의 변화가 새삼 신기하다.
너무 덥다고, 비가 올 것 같다고, 컨디션이 안 좋다고 뭉기적거렸다면 볼 수 없었을 텐데
그래도 발걸음을 뗀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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