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 보수공사 - 마무리
Posted 2014. 12.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포스팅으로는 하룻만이지만, 모락산 등산로 보수 공사는 9월 말부터 11월까지 두어 달간 계속됐다. 11월 중순에 가 보니 새 철봉과 밧줄 등으로 말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일주일에 두어 번은 다니는 구간인데, 한동안 테이프로 막아놓고 옆길로 오르게 하더니, 얼마 전부터 다시 개장을 했다. 새로 붉은 빛이 도는 갈색으로 칠한 철봉에 2열로 팽팽하게 매단 흰색 두꺼운 새 밧줄이 날렵해 보이는 게 속도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낮은 구간은 철봉을 붉은 색으로. 조금 높은 곳엔 초록색으로 칠해 놓았는데, 특별한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리 험하거나 옆으로 떨어지기 쉬운 낭떠러지 구간이 아니어서 이런 펜스가 없어도 크게 불편하진 않은데, 등산 초보자들과 눈이 쌓여 미끄러운 겨울철엔 요긴하겠다. 경사가 제법 있어 다들 힘들어 하는 막바지 사인암 바로 앞 구간엔 철계단을 놓아 안전을 강화하고, 전보다 조금 수월하게 오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철봉들이 땅속에 굳게 고정되고 철계단까지 놓이면서 이젠 밧줄을 철봉 링에 두 줄로 걸고 팽팽하게 당겨 묶어 등산객들을 맞을 일만 남아 보였다. 공사 마무리를 앞두고 있어선지 등산로 여기저기에 그 동안 보수 공사에 동원된 이런저런 기계와 장비들이 나뒹굴고 있었는데, 그 동안 니들이 참 수고 많았다.^^
평지도 아닌 산길 공사엔 기계로 하는 것보다 사람 손과 수동 장비가 더 요긴하게 쓰이는데, 땅을 파고 다시 묻는 데는 삽이 최고다. 우리는 삽질하지 말라며 삽을 우습게 여기기도 하지만, 사실 삽이 없으면 공사가 안 되는 일들이 많다. 어렸을 땐 양쪽으로 길고 뾰족한 것만 봤는데, 기역 자로 생긴 곡괭이를 아주 오랜만에 봤다. 삽이 들어가지 않는 곳을 파고 땅을 다지는 데 요긴하게 사용됐을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의 수고를 기억해야 할 것 같은데, 기계가 할 수 없는 일들은 나이 드신 어른들이 몸으로 감당했던 것 같다. 등짐과 지게에 물통과 자재를 짊어지고 언덕 계단을 걸어올라가서 부려놓아야 다음 작업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락산 사인암 길을 오르내릴 때마다 이분들의 수고를 기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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