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사이로 난 길
Posted 2015. 1.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눈이 제법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진 날이면 등산객들이 많이 줄어들 것 같지만, 실제로
가 보면 막상 별로 줄어들지 않은 걸 볼 수 있다. 눈이 와서 미끄럽고 을씨년스러운 추위까지
몰려와 몸을 잔뜩 움추리게 만드는 건 분명 악조건이지만, 그럴수록 더 고즈넉한 겨울산을
찾아 설경을 만끽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가을 내내 갈색 낙엽이 켜켜이 쌓였던 산길은 흰 눈이 내리면서 하루 아침에 순백로
(純白路)가 되었다. 땅을 덮었던 갈색 낙엽층은 작은 흰색 설원(雪原)을 이루다가 이내
다시 갈색 등산로로 바뀐다. 얼리 버드 등산객들이 눈길을 밟고 지나간 자리마다
묻혀 있던 낙엽들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브라운 일변도의 낙엽길이나 화이트 일변도의 눈길이 재빨리 타협해 동맹을 맺고는
퓨전 컬러를 선보였다. 그런데 쌓인 눈을 밟아 눈이 옆으로 쓸려 낙엽이 드러났다고 보기엔
낙엽이 젖지 않고 말라 있는데, 이는 아마도 등산로 관리하는 이들이 새벽부터 다니면서
마른 낙엽을 뿌려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걷지 않아 흰눈 그대로
쌓여 있는 길도 보기 좋지만, 눈 사이로 난 길도 참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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