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너만 남았구나
Posted 2015. 2.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점심 때 한두 번씩 올라갔다 오는 모락산 사인암 가는 길은 햇볕을 받는 쪽이라
벌써부터 눈이 죄다 녹았다. 그래도 겨울이라고 잊을만 하면 눈이 내리고, 산길은
온도가 낮은 편이라 설경을 웬만큼은 간직하곤 했는데, 2월 중순이 되자 성큼 다가온
봄날을 준비하려는지 눈 구경을 아예 못할 정도로 싹 다 녹아버렸다.
남은 겨울 두어 주 동안 눈이 안 오면 이제 이 길에선 눈 구경 못하겠다 싶었는데,
웬 일로 나무 그늘 사이로 잔설(殘雪) 몇 덩이가 용케 녹지 않고 살아 남아 있었다.
나무가 마련한 그늘이 그 주변에 비해 시원하거나 차가우면 얼마나 그렇다고 훌훌
녹아버린 주위와는 아랑곳하지 않고 몇몇이 꿋꿋하게 버티면서 하얀 색을 물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가지 둘이 교차하는 이중 그늘이었기 때문일까.^^
조금 더 올라가니 나무계단 있는 응달 쪽엔 겨울이 아주 물러난 건 아니란 걸 보여
주려는 듯이 아직 드문드문 잔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기세로 봐선 저만큼 다가오는
봄에 맞서 끝까지 극렬 저항하려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럴 만한 힘도 없거니와
그래봤자 질질 녹아 내리면서 추한 모습만 보일 거라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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