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만드는 스시
Posted 2015. 2.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설 전날 동생네와 보광동 큰집 식구들이 어머니를 뵐 겸 찾아왔다. 마침 큰집 둘째 조카가 다음달에 결혼을 하게 돼 처 될 아가씨, 그러니까 조카 며느리 될 친구를 인사도 시킬 겸 해서 데리고 왔다. 동생네가 올라오면서 가락동에서 명절에 잔뜩 몰려든 사람들 사이로 한 시간이나 기다리면서 회를 다섯 접시나 떠 왔는데, 서로 긴장도 풀 겸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밥부터 먹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남을 것 같다며 식전에 여자들이 달려붙어 한 접시로는 초밥을 만들기로 했다. 보통 스시 두께의 배는 돼 보이는 두툼하게 썰린 광어와 민어, 숭어는 회로 먹어도 좋지만 스시를 만드니 일식집에서 나오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오히려 나아 보이기까지 했다. 스시에 쓸 밥에 간을 하고 오른손바닥으로 뭉친 다음 왼손에 얹고 와사비를 조금 올린 다음 회 한 조각으로 눌러 덮으니 금세 스시가 완성됐다.
만드는 이들은 물론이고 구경하던 식구들도 마치 김밥 썰 때 옆구리가 터지거나 모양새가 안 좋은 꼬다리를 집어 볼이 터질듯 우걱우걱 씹어 먹듯이 돌아가며 손으로 집어 한두 점씩 맛보면서 탄성을 터뜨린다. 거의 삼시세끼에서 차줌마가 뭐든 뚝딱 만든 음식을 맛보며 황홀해 하는 손호준 표정들이다.^^
오래 전에 재밌게 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서 주인공 쇼타를 비롯해 스시 장인들은 매번 같은 갯수의 밥알을 집는 신공을 보여준 적 있는데, 아마추어 주부들의 솜씨니까 조금 많은 밥알들이 잡혔지만 그게 뭔 대수겠는가. 애피타이저치고는 상당히 고급스럽고 끝내주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아마 먼저 집어먹은 갯수가 족히 접시에 디스플레이 된 것들 만큼은 됐을 것이다.^^
초밥을 두어 개씩 맛본 식구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다면서 조금 이른 저녁을 시작했다. 결국 열한 명이 신나게 먹었는데도 회로 세 접시, 스시로 한 접시 해서 네 접시 밖에 못 먹고 한 접시는 남겨야 했다. 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걸로는 회덮밥을 만들어 먹을까 했지만, 새 식구도 맞는 점잖은 자리인지라 차마 그건 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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