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가든 브런치
Posted 2015. 3.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3월도 딱 중간이었던 지난 주일엔 1부예배에 가려고 조금 여유 있게 길을 나섰다.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동아 마라톤 행렬에 막히지 않으려고 보통 때완 달리 팔당대교를 건너 덕소-북부간선도로 방향에 들어섰고, 순탄하게 차길이 열렸다. 그런데 거의 다 와서 종암동에서 고려대 방향으로 좌회전했어야 하는데, 유턴해서 내부순환도로로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을 별 생각 없이 따랐다가 청계천 어간에서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다.
예배까진 15분 정도 남았고, 2-3분이면 갈 길이었지만 풀릴 기세가 아니었고, 결국 30여 분을 서 있어야 했다. 결국 신설동 사거리에 진입했을 땐 거의 25분이 지나 있어 아쉽지만 차를 돌려야 했다. 뭐 딱히 다른 할 일 없는 주일이니까 기다렸다가 2시 예배에 참여하면 될 일이었다. 밥부터 먹기로 하고, 성북동 슬로우 가든으로 향했다.
커피를 주는 브런치 메뉴 가운데 아내는 에그 베네딕트(13천원)를 고르고, 나는 같은 가격의 와플이나 토스트 가운데 하나를 시키려다 그 옆에 스테이크도 커피를 준다고 써 있길래 급관심이 생겼다. 안심은 150g, 등심은 180g을 주는데, 포크는 250g이라는 것도 군침이 돌게 만들었다. 양도 양이지만, 포크 스테이크는 생소하기도 한데다 가격도 그런대로 착한 17천원, 한 번 먹어 보기로 했다.
스테이크는 보통 쇠고기나 양고기만 알지 포크 스테이크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하긴 넓적한 살코기를 잘 구우면 스테이크가 되니 돼지고기야말로 좋은 스테이크 감이 될 듯 싶었다. 스테이크 250g의 위용은 상당해서 손잡이가 달린 지글지글 끓는 철판에 나왔을 때 아내가 반색했다. 앗싸~ 이걸로 시키길 잘했다.
프라이팬 아래엔 쿠스쿠스가 익고 있었고, 스테이크 위엔 숙주가 얹혀 비주얼과 식감을 자극했다. 부드럽게 썰리는 저 두툼한 포크의 적당한 기름끼가 입에서 살살 녹았다. 일반적으로 쇠고기는 살짝 구워도 되지만, 돼지고기는 잘 익혀 먹어야 한다는데, 속까지 바싹하게 익힌 것 같지 않은데도 포크 스테이크도 썩 먹을만 했다. 아쉽게도 아이폰은 고깃결을 잡아내진 못했다. 앙증 맞은 푸딩은 달콤한 디저트였다.
근처의 길상사를 들렀다 갈 수도 있었지만, 어째 교회 가기 전에 절부터 들리는 게 뭐해^^ 바로 가기로 했다. 슬로우 가든이란 이름에 걸맞게 카페 여기저기에 화분들이 모여 있는데, 밝은 흙색깔 화분에 담긴 화초들이 봄기운을 풍겼다. 화분 위에 매끈한 짱돌들을 놓은 것도 보기 좋았고, 가습기가 뿜어내는 습기들이 화초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 같았다. 30분쯤 일찍 도착해서 학교 운동장 트랙을 몇 바퀴 걸었다.
'I'm wandering > 百味百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주얼로 한몫 보는 밀 푀유 나베 (2) | 2015.05.20 |
---|---|
모밀국수 (2) | 2015.04.27 |
오랜만에 VIPS (0) | 2015.03.14 |
집에서 만드는 스시 (2) | 2015.02.23 |
IKEA Fried Onion (2) | 2015.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