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본듯 싶더니
Posted 2015. 2. 2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설날 오후엔 화성에 사는 아이들의 이모네를 다녀왔다. 장인, 장모님께서 돌아가시고,
일산 손위 큰처남네도 조카들이 가정을 이루면서 처가에서 함께 모이는 일도 이젠 별로
없는데, 자매들끼리 얼굴 보자면서 설날 오후에 시간을 낸 것이다. 떡국을 먹고 환담을
나누다가 거실 한편에 있는 피아노가 눈에 띄었다.
음~ 낯이 익은 게 어디서 많이 보던 건데, 하다가 몇 달 전까지 우리집에 있던 거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사연인즉슨, 새로 이사한 언니네 집에 피아노를 들여놓을 계획이란
말을 들은 아내가 둘째 방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피아노를 이때다 싶어 저렴하게
양도하기로 했고, 그래서 이 집에 놓이게 된 것이었다.
우리집 거실은 책꽂이가 한 면을 다 차지하고 있어 피아노가 방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만만한 막내방에 들어가는 바람에 늘 방이 좁아 보였는데, 두 집의
필요가 절묘하게 맞아(춰) 이사 보내게 된 것이다. 두 아이가 어렸을 때 피아노 배우면서
한동안 잘 쳤고, 아이들이 피아노를 손에서 놓은 다음엔 가끔 아내가 치곤 했는데,
몇 달 전부터 우리집에선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십여 년을 우리집 살림으로 식구처럼 지내다가 친척이긴 하지만 다른 집에 가 있는
걸 보는 마음이 잠시 착잡했다. 그래도 어디 먼 데 엉뚱한 데 가 있지 않고 아이들의
이모네에 가 있다는 게 잠시 위안이 됐는데, 정작 몇 년씩 건반을 누르고 페달을 밟던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의 피아노가 이모네 거실에 와 있다는 걸 봤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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