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맨홀 뚜껑들
Posted 2015. 3.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보도블럭이 깔린 길은 별볼일 없을 것 같으면서도 조금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블럭 모양에서부터 굴러다니는 나뭇잎이나 가지 그리고 돌맹이와 작은 쓰레기 등 의외로 볼 게 제법 있다. 거의 매일 같은 길을 걸어 다니면서도 의식하지 않고 무심코 지나다니다가 문득 길바닥에 맨홀 뚜껑(manhole cover)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는 걸 보게 됐다.
모양과 색깔 그리고 크기와 재질이 다른 맨홀 뚜껑들은 표면에 각각 그 용도를 표시해 놓았는데, 가장 흔한 건 빗물이 흘러 들도록 작은 구멍들이 나 있는 것들이다. 어떤 게 표준적인 것인지 모를 정도로 모양이 여럿인데, 설치된 시기에 따라 디자인이 조금씩 달랐다. 어떤 건 우수로, 또 다른 건 오수라 써 있는데, 회사 이름인지, 아니면 빗물(雨水)과 더러운 물(汚水)을 각각 가려 받는다는 건지 알 도리가 없다.^^
개중엔 왼쪽으로 돌리면 닫히고, 오른쪽으로는 열린다는 표시를 화살표와 함께 친절하게 표기해 놓은 것도 있는데, 행여 작업자가 헷갈릴까봐 염려가 됐던 모양이다.^^ I. S란 제조사가 같아선지 저 멀리 청주시에서 쓰던 게 의왕시까지 이사온 것도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니셜이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악명 높은 단체와 같아 이 회사 이미지가 괜찮으려나 모르겠다.
좀 더 구멍이 많이 뚫려 시원하게 물이 스며들도록 커다란 사각 모양을 한 것도 있고, 지자체 로고까지 새겨 놓은 색다른 것들도 보인다. 원래는 물이 빠지는 데 사용하는 거지만, 담배 꽁초들을 버리는 쓰레기통 구실도 하는 모양이다. 담뱃값이 껑충 뛴 뒤론 꽁초가 부쩍 줄어들었을 것 같다.
당당히 KS마크까지 새겨 놓은 건 숨은 글자 찾기라도 하라는 건지 미로 표시를 잔뜩 해 놓았는데, 도림이란 회사에서 제작한 것 같았다. 다른 용도로 쓰는 맨홀들도 여럿 볼 수 있는데, 상수도관이 묻혀 있는 뚜껑은 한자 上 자를 마치 문양처럼 잔뜩 새겨 놓았다. 아랫쪽의 제수빈은 설마 만들거나 설치한 사람 이름은 아닐 테고^^, 제수변(制水辯)을 잘못 썼거나 밟혀 닳아 변이 사라졌나 보다.
맨홀의 주고객 중 하나는 한전인데, 다른 맨홀들보다 훨씬 작은 크기도 있고, 눈에 띄는 컬러와 모양으로 식별되도록 설치해 놓기도 했다. 보도블럭 아래로 엄청난 전기선이 매설돼 있고, 아무런 생각 없이 그 위를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밟고 다닌다는 것도 새삼 신기했다. 하긴 이런 걸 의식하고 다니는 게 더 이상하고, 이런 걸 일일이 찍고 다니는 나도 약간 정상은 아니다. ^^
회사 앞 자가 같고 역할도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게 한국전력과 한국통신이다. 지하에 매설한 통신선들을 보호하는 이 맨홀은 당당히 KS마크를 획득한 한국산임을 과시하고 있다. 좌우대칭으로 만든 기남금속 만쉐이~^^ 마지막은 지하에 무슨 볼일이 있는지 몰라도 경찰의 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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