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 숲길을 걸어보자
Posted 2015. 6.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사나사 계곡에서 시작해 용문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은 동네산들에 비해 두 배는 길고 그만큼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초여름에 접어든 울창한 숲길이 내내 이어지면서 눈을 즐겁게 하고, 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천 미터가 넘는 산에, 봉우리를 몇 개 넘어야 해서인지 동네산에선 들을 수 없던 여러 종류의 새 울음 소리도 반겨주었다.
토요일인데도 사나사-함왕봉-장군봉-가섭봉 코스는 오르내리는 이도 별로 안 보여 호젓한 깊은 산길 풍광을 원없이 만끽하게 했다. 계곡길로 가느라 함왕봉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했어도, 이미 천 미터 안팎의 고도에 들어선지라 초행길인 장군봉과 가섭봉까진 능선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마냥 걸으면 되는 길이었다.
같은 산에 있는 숲길인데도 햇빛이 드는 곳과 그늘진 곳, 나무 키가 큰 곳과 작은 곳, 경사진 곳과 평평한 곳, 나무가 많은 곳과 풀이 많은 곳, 바위가 있는 곳과 없는 곳, 계곡 근처와 물이 없는 곳 등에 따라 숲 색깔과 냄새, 분위기가 조금씩 달랐다. 동네산에서 흔히 보던 나무들 외에 깊은 산에 들어와야 구경할 수 있는 나무들도 보였다.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는 숲길도 여러 군데 있어 심심하지 않았는데, 꺾여 부러지지 않고 용케 휘어서 그 가운데로 지나가게 하는 나무가 있는 길은 이쪽에서 한 번, 저쪽에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었다. 작은 나무들 가운데는 마치 행사장 출입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잔 가지들이 촘촘하게 아치형을 이루면서 색다른 멋을 뽐내기도 했다.
대충 정상 가까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나무 기둥에 매단 밧줄이 보였다. 보통은 바위 구간이나 경사가 급한 곳에 붙잡고 가도록 설치하는데, 경사가 그리 급해 보이거나 험해 보이지 않았는데도 매달아 놓은 걸로 봐서 한겨울 눈이 쌓였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붙들고 가게 하려는 용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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