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는 것
Posted 2015. 7. 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시카고 코스타가 끝났다. 86년에 시작된 코스타는 88년에 시작된 선교한국과 더불어 일종의 황금시기를 구가한 운동이었다. 지금은 많이 퇴색하긴 했지만, 한때 두 대회에 강사로 서느냐, 아니 부름받느냐로 강사의 지명도나 수준이 공인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니까 일정한 실력과 평판이 없으면 본인이 아무리 자가 발전을 열심히 해도 세우지 않는 게 두 운동의 불문율이었다.
지극히 당연한 원칙이지만, 막상 이런 정신을 끝까지 견지하기란 쉽지 않다. 인정과 연줄, 친소 관계에 따른 가산점은 사회에서만 아니라 교회와 기독운동권에도 알게 모르게 스며들었다. 시카고 코스타에선 비교적 이런 정신이 길게 유지됐는데, 그 견인차 역할을 한 이가 홍정길, 이동원 두 어른이었다. 코스타를 만들고 이끌어 온 이분들이 순서를 맡든 안 맡든 와서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후배들을 지켜보며 격려하고 응원해 주는 건 이들의 전성기 메시지만큼이나 힘이 있었다.
올해도 두 분은 별다른 순서가 주어지지 않았는데도(홍 목사님께만 개회예배 메시지 순서가 맡겨졌다) 거의 끝부분까지 강사석에 앉아 새까만 후배들과 함께 강사티를 입고 경청하고 지켜보며 자신들이 젊음을 불태운 이 운동을 지지했다(체크 남방이 이 목사님, 그 앞 한 사람 건너 앉은 이가 홍 목사님, 이 목사님 왼편 앞은 이분들 다음 세대인 강준민 목사다).
물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맘에 안 드는 구석도 하나 둘 생기고, 노파심이랄까 기우, 오해 같은 게 안 생긴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이럴 때 욱하는 마음에 뒷방 늙은이 취급한다며 역정을 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엄연한 시대의 변화와 자연스런 흐름으로 받아들이며 묵묵히 지켜보면서 어른의 지혜와 역할을 감당하는 것도 선택할 수 있는 한 수가 될 것이다. 당연히 아무나 할 수 없는 후자가 훨씬 힘이 있고, 감동의 폭과 깊이도 있게 마련이다.
남 얘기할 것 없이, 이분들보다 한참 젊고 별거 아닌 나도 이런저런 운동이나 모임에 오래 함께하다 보면 애정과 열정과는 별도로 은근히 부아가 돋고 역정을 낼 때가 있다. 가령 금요일 심야에 진행된 간사 평가회에 옵저버로 함께했을 때 그저 끝까지 듣기만 하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막판에 한두 마디 훈수와 잔소리를 꺼내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역시 내공이 모자라도 한참 부족했다.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다시 절감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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