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책 두 권
Posted 2015. 7. 31.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몇 해 전에 집에 있는 책 정리를 하면서(30 박스를 사무실로 옮겨 박스도 풀지 않고 있다) 몇 권을 남겨 놓았는데, 그 중 요즘 다시 읽고 있는 책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진보적인 기장측 한국신학연구소에서 연 월요신학서당 1-2회에서 있었던 강의와 질의 응답을 묶어낸 책들인데, 86년과 87년에 나왔으니 거의 30년 된 책이다.
86년 어간이면 전두환 말기로 당시나 지금이나 꼴통 보수적이랄 수 있는 합동측에 속해 있고, 모교회 대학부 엘더를 마치고 청년부 생활을 할 땐데, 어떻게 이런 책들을 사 뒀는지 모르겠다. 책을 사도 거의 광화문 생명의 말씀사 서점에서만 사지 종로서적에선 구경만 하던 땐데, 아마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제목과 산뜻한 표지 디자인에 끌려 무심코 사서 대충 읽었던 기억이 난다.
구약 편은 민영진(감신대), 이경숙(목원대), 임태수(호서대), 김이곤(한신대), 박준서, 김찬국(이상 연세대) 교수가, 신약 편은 안병무, 황성규, 박재순, 김창락(이상 한신대), 서중석(연세대), 박창환(장신대), 김철손(감신대) 교수가 강의했는데, 대체로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이라 일컬어지던 학교에 계시던 이들이다.
워낙 보수주의와 복음주의적 신앙(둘의 안 좋은 부분을 묶어 근본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의 세례를 받았던 때라 이런 책을 접하면서도 그 논조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지금 다시 읽어 보니 여전히 수용하거나 동조할 수 없는 대목도 있지만, 수긍이 되고 이해가 되는 대목도 제법 있다. 그 동안 약간 유연해진 것 같기도 하고, 신학적 스펙트럼이 조금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흥미로운 건 조판 방식이었다. 지금처럼 컴퓨터로 쳐서 바로 필름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한 자 한 자 뽑아내는 식자로 일일이 쳐서 조판한 본문은 조금 큰 문고판 크기인데도 30행의 작은 글자로 빽빽했다. 아마 요즘식으로 널널하게 만들면 3백 면이 훌쩍 넘었을 텐데, 2백 면이 채 안 되게 만들어 2천원대 정가를 매겼다. 이런 시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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