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식의 공동체에 관한 새 책
Posted 2015. 8. 8.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전주 한일장신대에서 신약을 가르치는 차정식 교수의 새 책 <기독교 공동체의 성서적 기원과 실천적 대안>(짓다, 2015, 428면)을 읽었다. 차 교수의 책은 이번에 두 번째로 읽었는데, 처음 읽은 건 올 봄에 나온 <거꾸로 읽는 신약성서>(포이에마, 2015)로 시카고 코스타에서 추천도서로 소개한 바 있다. 50대 초반의 저자는 적지 않은 책을 냈는데, 차정식의 신약성서여행이란 개인 홈페이지에서 목록을 볼 수 있다.
그의 책을 접한 건 이번이 세 번째인데, 오래 전에 조태연, 유승원과 함께 쓴 <뒤집어 읽는 신약성서>(대한기독교서회, 1999)를 훑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 양반은 신약성경을 얌전히 읽지 않고, 거꾸로 읽거나 뒤집어 읽는 데 선수이다.^^ 그만큼 기존의 관행적 해석이나 편리하게 공유돼 온 통념에 저항하는 학자적 양심과 자존심을 보여주는 패기가 느껴진다.
우선 이 책은 내용이 알려지기 전에 괜한 일로 신문기사부터 탔는데, 출판사 짓다는 고신 계열의 SFC 출판부 인문교양 임프린트로, 보수 교단의 고리타분한 목회자들이 이런 책을 자기네 출판사에서 냈다고 성화(전문용어로 땡깡이라고도 한다^^)를 부린 모양이다. 두어 달 전에 괜찮은 책이 나왔단 소식을 전해 듣고 천천히 읽을 참이었는데, 출판사가 없어지면 구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단 기우에 서둘러 주문해 읽게 한 공로가 크다.
제목과 목차에서 볼 수 있듯이 전형적인 논문 스타일의 책인데, 연구비를 지원 받은 결과물이어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만큼 일반 독자가 읽기엔 재미가 반감되는 한계를 안고 있다. 학부에서 한국사를 공부해 박학다식하고 유려하다 못해 현란한 문장을 밥 먹듯 구사하는 씨의 다른 책들에 비해 조금 엄숙하고 따분해 보였다. 물론 그래도 주제가 흥미롭고, 내용 전개도 나름 깊이가 있어 만만히 볼 책은 아니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게 하는 책인데, 저자의 안내에 따라 때로는 깊고 울창한 숲으로, 또 때론 가벼운 동네산 마실 가듯 이리 저리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신학적 논평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야겠지만, 각주를 통해 이 분야 국내 신학자들의 연구동향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런데 제목의 성서적 기원은 성서적 흐름이 더 맞겠고, 실천적 대안은 담론 차원에 머물며 그리 충분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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