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의 기자들
Posted 2015. 9. 18.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1993년에 <기자들>이란 제목으로 나왔다가 절판됐던 고종석의 소설이 <빠리의 기자들>이란 이름으로 2014년에 다시 나와 바로 사서 조금 읽다 밀어두었는데, 책장에서 계속 제목이 눈에 띄길래 꺼내 읽었다. 당대의 문장가 중 하나인 고종석은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장편소설과 단편소설도 몇 권씩 썼다. 내가 좋아하는 동년배 저자 가운데 하나로 이 공간에서도 몇 번 언급한 바 있다.
고종석 생각 (3/19/11) 고종석의 절팔선언 (9/27/12)
3년 전 난데없이 절필을 선언한 다음엔 제대로 된 저술보다는 강의를 녹취해 책으로 펴내거나 이전 책들을 출판사들이 이렇게 저렇게 재조합해서 다시 내는 약간 궁색한 형국인데, 그래도 이만한 글쟁이가 흔치 않아 여전히 나같은 독자군(群)을 두고 있는 것 같다(그 후에 <낭만 미래>와 두 권으로 나온 <문장>은 1권만 샀고, 절판된 소설집 두 권 가운데 추려내고 미발표작들을 얹었다는 <플루트의 골짜기>는 살까 말까 고민하다 말았다^^).
한겨레신문 기자 시절(소설엔 한민일보로 나온다) 8개월에 걸친 유럽 연수 경험담을 토대로 소설로 써 내려간 이 책은, 90년대 초반 독일 통일과 유럽연합 형성기의 유럽 사정을 여러 나라에서 온 기자들의 시각을 빌려 이야기한다(물론 고종석 자신의 시각일 것이다^^). 어디까지가 저자의 경험담이고, 어디서부터가 소설인지 가늠이 잘 안 되지만 제법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져 재밌게 읽었다.
빠리를 기반으로 유럽 여러 나라를 팀으로 다니며 취재하고 써 내는 기사와 인터뷰 기사, 동료 기자들 간의 술자리 대화나 러브 라인이 곁들여지고 있는데, 말미에 빠리에 망명중이던 남민전 전사 홍세화 선생과의 대화도 수록돼 반가웠다(이 소설이 나오고 얼마 뒤 홍 선생은 95년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로 필명을 얻었고, 2002년에 영구귀국해 진보적 지식인으로 활동하고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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