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와 계곡물
Posted 2010. 8. 2. 00:06,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집앞 검단산은 코스마다 약수터나 계곡을 끼고 있어 물이 많은 산이다. 약수터는 봄가을에도 반갑지만, 요즘같은 한여름 무더위와 습도 속에서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다가 만나는 약수터는 반가운 정도가 아니라, 껴안고 싶을 만큼 소중한 존재다.
곱돌 약수터는 물맛도 좋지만,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도 뛰어나 정상에 오르기 전에 대개 한숨 돌리는 핫 스팟이다. 평소에도 물이 적지 않은데, 여름 장마 뒤라 굵은 파이프로 힘차게 뿜어 나오는 시원한 물은 생수병에 담기 힘들 정도로 세차다.
약수터 바로 앞엔 아주 굵은 파이프에서 콸콸 쏟아져 나와 아래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세수터까지 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차가운 물로 서너 차례 적실 때의 그 청량감은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올라가면서 봐두었던 길 바로 옆 계곡 가운데 제일 윗 부분은 미니 폭포처럼 물이 떨어지면서 발목을 넘어 정강이까지 담글 수 있을 만큼 물이 고여 있다. 올라갈 땐 참았다가 내려오는 길에마침 오르내리는 사람이 적어지는 틈을 타 내려가선 체면 불구하고 머리를 들이대고, 급기야 웃통을 벗어 물속에 던지면서 등목 자세를 취했다. 머리와 등에 차갑고 세찬 물이 닿고 튀면서 몸이 잠시 오그라 들었지만, 그 순간 기분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세 시간 가까운 등산을 마치고 돌아오니 참았던 시장기가 급하게 몰려온다. 하산길에 막국수나 콩국수집에 들릴까 하다가 집에서 비냉과 물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둥지냉면 생각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둥지냉면은 우리 식구들 사이에도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데, 난 괜찮은 맛, 한끼 식사깜에 기꺼이 한 표를 던질 수 있겠다. 근데, 비냉은 역시 역부족이었다. 야채와 양념장을 추가하지 않은 기본맛은 비빔면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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