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책다방과 표절 논란
Posted 2015. 11.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지난 5월에 즐겨 듣던 팟캐스트 <창비 라디오 책다방>이 막방을 앞두고 창비 주인
백락청 선생을 출연시켜 창비 50주년이 되는 내년에 창비 편집인에서 은퇴한다는 빅 뉴스를
흘렸지만, 그리 인구에 회자되진 않았다. 그저 김두식 선생이 좀 더 진행할 수도 있을 텐데,
적절한 시기에 그만두는구나 싶었고, 몇 달 지나면 생길 새 포맷, 새 진행자의 시즌 2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달 당대 최고 인기 소설가 중 하나인 신경숙이 창비에서 낸 책으로 표절
논쟁에 휩싸이면서 한동안 온라인이며 신문 지상이며 겉잡을 수 없이 뜨거워졌다. 사태의
진전과 봉합도 궁금했지만, 이 와중에 내심 김두식 선생이 폭탄을 용케 피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책다방을 하고 있을 때 표절 사태가 일어났다면 안 다룰 수 없었을 테고, 그러면
창비에서 책을 내고 창비 방송을 진행하면서 어쨌든 반쯤은 창비 사람으로 비쳤을 그가
어떤 목소리를 낼지 대략 난감 곤혹스러웠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이 사태를 둘러싼 공방이 격렬하게 이어졌고, 급기야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표절
그 자체보다 작가와 출판사의 어설프고 어정쩡한 대응은 대중의 더 큰 분노를 불러 일으키기에
이르렀다. 문지(문학과 지성), 문동(문학동네)과 더불어 문학 권력으로 치부된 창비는 창피하다를
패러디한 창비스럽다란 말까지 들으면서 7, 80년대 군사정권 시기 저항의 상징과도 같았던
오랜 명예에 오점을 넘어 스스로 똥칠을 하면서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난 달에 책다방 시즌 2가 재개되면서 축하하는 세 번째 방송에 전임 진행자인
김 선생과 황정은 소설가가 출연해 새 진행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다시 표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과연 어떤 목소리를 낼지 운전하면서도 기대 반 걱정 반에 잔뜩 귀기울였는데,
두 사람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이번 사태에 대한 창비의 대응을 질타했고, 문제점을 짚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창비가 취하는 바 "잘못과 문제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
식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사족을 붙이는 건 꽝이라는 접근이었다. 개인이건 단체건 이런
일을 겪을 때 새겨들을 만한 지혜였다. 그건 그렇고,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가을호에서도 독자
대중의 양에 차지 않는 미적지근한 스탠스를 보였던 창비가 팟캐스트에선 이례적으로 3-4회
연속 이 사태를 다루는 걸 보면, 늦은 감은 있어도 이런 게 제대로 된 창비스러운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