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는 잡무다
Posted 2016. 2.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오래 함께 일하던 직원 하나가 다른 일을 하겠다며 그만두었다. 편집 실무 자리라 당장
대체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바로 구하지 않고 몇 달 간 내가 하기로 하고, 바쁜 두어 주간을
보냈다. 그 동안은 편집자가 정리한 원고를 모니터에서 한 번, 교정지로 한 번 봐 주고, 인쇄용
필름이 나오기 전 다시 모니터로 잘못된 게 없는지 확인해 주는 정도였는데, 그 앞 과정 일,
그러니까 메일 연락, 확인에서부터 이것저것 챙겨야 할 일이 제법 많았다.
그 동안 달라진 작업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도 조금 시간이 걸렸고, 관리자 모드에서
실무 모드로 전환시키는 데 약간 뜸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느슨해지고 둔해졌던 터라
새로 정비하고 변화해 가는 게 바로 되지 않고 끊어졌다 이어졌다 했다.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이 방면의 실무란 게 뭐 하나라도 빼먹으면 당장 표가 나고 문제가 생기는지라 차근차근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해야 해 신경도 적잖게 쓰였다.
물론 둘이 하던 걸 혼자 하니 시간이 상당히 단축되고, 조율하지 않고 내 스타일대로
해 나가는 편리함도 있긴 했지만, 예전에 하던 감각을 몸에 익히려니 조금 워밍업 하는
절대 시간이 필요했다. 어느 정도 3월호 작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으며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 얘길 했더니, 머천다이저로 20년 정도 일했던 아내가
바로 알아 듣고는 한 마디로 정리해 주었다: 원래 실무란 게 잡무를 하는 거야!
새삼 실무자들의 수고와 실력이 상당하고, 그들의 인내와 에너지가 보통 이상이어야
일이 돌아간다는 것, 실무를 하면서 산전수전 겪은 게 관리자가 되면서 벌이는 공중전의
기초가 된다는 걸 다시 생각해 본다. 어쨌든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당분간 실무, 아니
잡무도 하게 됐다는 조금은 부담되고 긴장이 느껴지면서도 다시 에너지를 복원할 수
있어 약간은 흥분되기도 하고 아주 싫지만은 않다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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