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척 해야 할 때
Posted 2016. 3. 19.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누구나 몇 번쯤 제대로 또는 다 읽지 않은 책, 심지어 아예 안 읽어본 책을 어찌어찌해서 읽은 척 해야 할 때가 있었을 것이다. 직업상 이런 일을 여러 번 해 온 나도^^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책이 없을까 했는데, 죽으란 법은 없다고 두 권을 알게 됐다. 프랑스의 문학비평가이자 정신분석가인 피에르 바야르(Pierre Bayard)가 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여름언덕, 2008)과 딴지일보 편집장인 너부리 김용석의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멘토르, 2014)이다.
둘 다 제목부터 어부지리(
둘 중 쉽게 읽히는 책은 아무래도 번역서가 아니면서 현란한 딴지적 글쓰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읽은 척』인데, 단순한 뻥과 구라를 넘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고전 열 몇 권을 제대로 안 읽고도 읽은 척 해야 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현실을 타개하는 친절한 지침을 들려준다. 그가 각 책마다 제시하는 방법은 뻔뻔 스킬과 꼼꼼 스킬인데, 한 마디로 골 때리게 재밌다.
『읽지 않은』은 역시 프랑스 교수가 쓴 책이어서인지 제목만큼 재밌진 않았다. 프랑스 사람들이 생각하는 talk about은 우리네와 수준이 달랐다. 제목만 보고 낚였다간 큰 코를 다치진 않아도 별 재미는 못 볼 책이었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읽은 척』이 꼼수를 마다하지 않는 기술을 다룬다면, 『읽지 않은』은 독서에 대한 만연된 전반적인 위선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게 하면서 비독서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지혜를 들려준다.
바야르는 UB SB HB FB에 ++ + - -- 같은 긍정적에서 부정적까지 별점을 덧붙여 책을 구분하는데, 앞으로 따라해 봐야겠다. 각각 Unknown Book(전혀 접해보지 못한 책), Skimmed Book(대충 뒤적거려 본 책), Heard Book(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된 책), Forgotten Book(읽었지만 내용을 잊어버린 책)의 약자다. 둘 다 읽어두면 응급 또는 위기 상황아서 요긴하게 대처하고 탈출하도록 도와주는 유익하고 실용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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