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표지, 쓸데 없는 띠지
Posted 2016. 4. 14.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작년 여름 산호세에 갔을 때 머물던 Shiker님 댁에서 빽빽한 정보로 가득 찬 매뉴얼을 얼핏 본 적이 있었다. 요즘 대세로 자리 잡은 팀 켈러 목사와 뉴욕 리디머 교회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 그 책 Center Church: Doing Balanced, Gospel-Centered Ministry in Your City(2012)가 두란노에서 영서 제목 그대로 『센터처치』로 나왔다. 부르고 듣기 좋은 흥미로운 제목인데, 교회중심이란 말은 많이 써도 중심교회란 말은 안 써 어떤 의미인지 확 와 닿진 않는다.
양장본에 딱 8백 면이고 3만8천원인데, 두께와 가격에서 눈 돌아가게 만든다.^^ 두어 권 읽어본 이 저자의 책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없어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교회라는 주제에 끌려 일단 샀다. 막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와 교회의 이름값을 볼 때 그 값은 충분히 할 듯 싶다. 두껍기도 하지만 읽을 책들이 밀려 있어 내용에 대한 소개와 느낌은 시간을 두고 따로 다루기로 하고, 가볍게 표지에 대한 느낌부터 한두 마디.
도착한 책을 이모저모 살펴보면서 낯을 익히는데, 표지 꾸밈새가 별로 맘에 안 든다. 영서는 어떨까 해서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비슷한데 살짝 달랐다. 둘 다 제목을 따라 도시 중심가 사진으로 꾸몄는데, 영서는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반해 번역판은 조금 엉성하고 어색해 보였다. 영서가 거리 가운데, 그러니까 교차로에 타이틀을 넣어 안정되고 설득력이 있다면, 번역판은 마천루 빌딩들 머리 위에 타이틀을 넣어 불안하고 산만해 보였다.
영서에 비해 사진이 흐려 보이는데, 선명하다고 꼭 좋은 사진은 아니겠지만, 영서 사진이 제목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뭘 말하려는 건지가 분명한데 비해, 애매하고 모호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제목 바탕에 원형으로 사용한 마젠타 컬러가 너무 튀는 느낌을 준다. 보는 이에 따라 심플하고 강렬한 느낌을 받는 이들도 있겠지만, 내겐 일장기 같아 보이는 게^^ 눈에 잘 안 들어오고 붕 뜬 느낌을 준다.
표지 자체는 대충 넘어가 준다 해도 띠지는 최악에 안습이었다. 두꺼운 종이를 써 표지커버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반을 조금 넘는 크기는 겉표지인지 띠지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정쩡하고 애매했다. 하단의 촌스런 홍보문구는 띠지라면 몰라도 표지에 들어갈 말 같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별 내용 없는 걸 계속 끼워두자니 걸기적거리기만 한다. 게다가 책 안 어느 구석에도 저자 소개가 안 보여 할 수 없이 그 부분만 북마크처럼 잘라 끼워두었다.
그나마 단색 하드커버에 타이틀만 인쇄하지 않고, 표지 이미지와 타이틀을 함께 인쇄해 띠지를 걷어내도 표지 구실을 바로 할 수 있게 만든 건 나쁘지 않았다. 4만원 가까운 책이고, 요즘 대세인 저자의 교회론을 다루는 책이라면 요모조모 좀 더 꼼꼼하게 신경써서 내면 좋았을 텐데, 제작 일정이 촉박했거나, 너무 생각이 많았나 보다.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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