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고 있었군
Posted 2010. 8. 24. 09:46,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오전엔 제법 많은 비를 뿌려대던 하늘이 오후엔 꾸물꾸물해 옳다구나 하면서 퇴근길에
사인암을 다녀왔다. 해가 내리쬐지 않고 기온도 모처럼 30도 아래라 괜찮겠거니 했지만,
오르막길 15분쯤 지나자 땀이 슬슬 나기 시작한다.
오른쪽 이마 위에서 한 방울 생기더니 눈가로 슬슬 흘러내리고, 눈 옆 귓가에도 한 방울
모아졌다. 귀신같이 땀냄새를 맡고 날파리 한 마리가 이마와 눈가에서 깝쭉대더니, 땀이
제법 흐르기 시작하자 감쪽같이 사라졌다.
땀이 맺힌 모습이 잡힐까 해서 인증셀카 한 장 눌러봤는데, 그냥 보면 숨차 보이고 힘들어
보이긴 해도 땀방울까지 포착하진 못한 것 같은데, 확대해 보니 눈가와 입가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솟아 있다. 사진은 망외의 소득 하나와 아쉬움 하나를 안겨 주었다.
보이긴 해도 땀방울까지 포착하진 못한 것 같은데, 확대해 보니 눈가와 입가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솟아 있다. 사진은 망외의 소득 하나와 아쉬움 하나를 안겨 주었다.
제법 쓸만한 25mm 광각은 날렵하고 슬림해 거의 완벽한(^^ㅋㅋㅍㅎㅎ) 계란형 얼굴을
만들어 주었다. 왼팔을 뻗어 찍다 보니 거리가 가까워진데다 렌즈에 얼굴을 일부러 들이민
것도 아닌데, 똑똑한 렌즈가 주인을 알아보고 작품을 만든 것이다. 므훗했다.
그래, 이게 바로 나라고! This is that!
근데 므훗한 표정으로 사진 속 나를 살펴보다가, 이 친구 얼굴에서 어느새 제법 나이 먹은
티가 풀풀 나고, 하프타임이 끝난 중년기를 꽤 통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왔다.
나이에 비해 많이 희어진 머리카락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제 나이를 제법 먹었고 어쩔 수
없이 늙어가고 있다는 걸 자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길게 고민하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다행히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는 <동이>가 시작돼
금세 잊어버렸다. 뭐, 어쩌겠는가. 둘 다 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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