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병, 책 한 권
Posted 2010. 8. 28. 07:2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주일 오후 검단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던 피서 인파들이다. 유원지같이 물이 철철 넘치는 제대로 된 계곡은 아니지만,
그래도 발 담그고 쉬어갈 만한 피서 공간을 제공해 그늘지고 평평한 곳엔 산행의 피로와
땡볕 더위를 식히려는 등산객들로 넘쳐났다.
대부분 도시락이나 과일을 먹는데 막걸리를 가져와 갈증을 달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저씨들이 타는 목을 축이는 거야 오래된 충경이지만, 요즘은 여자 분들도
이런 풍경을 연출하는데 열외가 아니다. 두세 명이 혹은 너댓이 아예 일인당 한 병씩 가져온
듯 사람수만큼 빈 병이 보인다. 이들의 흥취를 돋굴 안주는 남편과 아이들이겠지.^^
동양화 판을 벌이는 몇 그룹도 이런 풍경에서 빠질 수 없다.
돗자리나 넓은 깔판을 가져와 방을 만들어 오수를 즐기는 이들도 있는데, 어떤 이들은
한술 더 떠 가벼운 캠핑을 하는 듯 아예 텐트를 가져와 집을 만들고 좀 더 안락한 휴식을
즐기기도 한다. 난 아직 이들의 경지에 이르진 못했다. 긴 시간 머물며 쉬기보다는 그저
오르내리는 데 급급해 고작해야 물 한 병과 책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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