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휘튼, 코스타
Posted 2016. 7. 7.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
다른 해 같았으면 미국 코스타가 열리는 이번 주간은 시카고 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면서 비비 꼬이는 열두 시간 장거리 비행을 견디며 오헤어 공항에 내려서는 마중 나온 강사지원팀 차를 타고 한 시간 거리의 휘튼대학에 도착해 숙소를 배정받은 후에 여장을 풀고는 시차 적응하면서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고 캠퍼스 여기저기를 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숙소인 에반스 홀을 중심으로 - 오전과 저녁엔 전체집회가 열리는 에드만 강당 - 삼시세끼를 먹는 앤더슨 식당 - 세 번의 세미나 강의를 하기 위해 고색창연한 블랜차드 홀 - 그리고 한 번쯤은 전시회 구경을 위해 빌리 그래함 센터 - 구내 서점과 북 테이블이 열리는 코레이 짐은 참새방앗간 가듯 들리고 -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날엔 트랙이 깔린 맥컬리 스타디움을 뛰거나 걷고 - 그리고 캠퍼스 안팎을 산책하며 커다란 나무와 오래된 벤치들과 조우했을 것이다.
열 번 넘게 가던 코스타를 올해부터 쉬기로 했다. 몇 년 더 갈 수도 있고, 계속 가면야 좋겠지만, 작년 30주년 대회에 가면서 문득 내년부터는 안 와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늘상 주니어 그룹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새 시니어 그룹이 된 듯한 낯선 느낌이 찾아왔고, 내가 하던 역할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래된 습관인양 자꾸 날짜와 시카고 시간을 확인하게 되고, 기웃거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십 몇 년 같은 장소를 가면서 어찌 정이 안 들었겠는가. 마침 ss가 가길래 올 때 강의가 녹음된 usb를 하나 얻어오라고 부탁했는데, 그걸 받아서 한동안 출퇴근길에 듣는 걸로 그리움을 달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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