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보아도
Posted 2016. 10.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동네 문화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수채화를 그리는 박 화백이 전시회에 출품할 작품이라면서
식탁 벽 그림을 자작나무 그림에서 말 그림으로 바꿔 걸었다. 그 전에 걸려 있던 풍경화는
필라델피아에서 공부하고 온 가정교회 식구가 자기네 살던 곳과 분위기가 아주 흡사하다면서
달라는 말은 차마 못하면서 볼 때마다 침을 흘리길래 몇 달 전 그 집 거실로 분양됐다.
보통은 전시회가 끝난 뒤에 바꿔 거는데, 이번엔 일찍 그렸는지 액자까지 끼워 걸어놓았다.
말 두 마리가 나란히 서서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서로를 바라보는 그림인데, 친근하고 단순한
소재라 보러오는 이들의 시선깨나 받을 것 같다. 화제는 <바라만 보아도>라는데, 전시회 도록용
사진은 훨씬 생생했다. 걸려 있는 자리가 나와 마주보는 자리인지라, 아침 저녁으로 얘네들과
시선 교환을 하고 있다.
아내와는 달리 난 동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5년 전 뉴질랜드 코스타를 마치고 농장에
묵을 때 소들이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면서 서로를, 그리고 우리를 바라본 적이 있다. 여러 마리
가운데 얘들의 표정이며 포즈가 유독 눈에 들어와 찍어두었는데, 물론 남국의 소들이 자기들
나와바리에서 늘상 노는 장면을 재미있게 풀어본 얘기다. 표정이며 시선이 무심한듯 하면서도
은근한 구석이 있어 한참을 바라봤다.
또 한 쌍의 소는 풀밭에 거의 붙어 교차하듯 앉아 있었는데, 서로 반대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이 다르거나 싸워서 그런 것 같진 않고^^, 어떻게 앉다 보니 그리된 듯 싶었다. 이런 환경에선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거나 앉아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게 그다지 다를 바 없고, 꿈뻑꿈뻑 졸리운듯
무심하게 뜬 큰 눈이 바라보는 이들마저 이들이 그려내는 풍경 속으로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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