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成唱) 50주년 연주회
Posted 2016. 11. 1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토요일 오후 아내의 모교 합창단 50주년 기념연주회가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어 그쪽 사정도 궁금했지만, 연주회를 마치고 합류하기로 하고 버스와 지하철로 g와 함께
조금 일찍 가서 호젓한 주말 오후의 캠퍼스를 거닐었다. 내가 다닌 학교도 100년이 넘었지만,
이 학교는 자그마치 600년이 넘었다는데^^, 역대 총장 이름을 가득 채워 놓은 커다란 동판에선
정인지도 눈에 띄었다.
반백년을 이어 온 합창단이니 만큼 이번 연주회는 조금 특별하게 순서를 꾸몄는데, 재학생부터
대략 10년 주기로 묶어 한 스테이지씩 출연했고, 앞뒤로 메인 격인 동문 합창단의 연주가 있었고,
마지막엔 모두가 함께 무대를 가득 채워 피날레를 장식했다. 아내는 동문 합창단과 시니어 그룹
합창 연습을 위해 지난 봄부터 주말이면 바쁘게 보냈는데, 보람을 느낄만한 풍성한 무대였다.
청바지 차림의 재학생들과 흰색 원피스 차림의 최근 졸업생들이 꾸민 무대는 20대들답게
발랄했지만, 본격적인 합창음악을 들려주진 못했는데, 30대 졸업생들이 꾸민 무대부터 실력
발휘가 시작됐다. 현악 반주팀까지 꾸리고 멋지게 편곡한 곡을 들려준 이 팀은 정열적인 지휘자의
액션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그 다음 40대 팀은 선교사나 전도 부인 같은 빨간색 단복으로
청중의 눈부터 즐겁게 하더니, 역시 잘 갈고 닦은 하모니를 선사해 주었다.
다들 자신들의 무대를 하이라이트라고 여기며 출연했겠지만,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어서
아내가 속한 1-17기 그룹의 음악은 연륜에 걸맞는 원숙하고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평균
연령 60이라는 이 시니어 그룹엔 평소 동문합창단 연주엔 서지 않았던 이들까지 대거 함께하면서
혼신의 무대를 연출해 큰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엔 140여 명이 무대를 가득 채우면서 이 오래된
대학의 제법 오래된 합창단의 연륜과 열정을 만끽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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