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 식당
Posted 2010. 1. 1. 10:48,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지은 지 얼마 안 된 가평 북면에 자리잡은 지구촌교회 수양관 필그림하우스를 연말에
잠시 둘러봤는데, 건물 외관도 맘에 들었지만, 라틴어와 영어를 섞어 쓴 건물 안의 방 이름들이
하나같이 신선했다.
잠시 둘러봤는데, 건물 외관도 맘에 들었지만, 라틴어와 영어를 섞어 쓴 건물 안의 방 이름들이
하나같이 신선했다.
수양관은 영적 순례자들이 머무는 필그림 하우스.
도서관은 영적 독서를 뜻하는 렉치오 디비나.
카페는 남녀 영적 리더를 뜻하는 압바 암마.
바깥 경치를 조망하는 테라스는 이름과 주변 분위기 그대로 광야.
채플실은 각각 은혜와 믿음, 소망, 묵상을 뜻하는 카리타스, 피데스, 스페스, 메디타치오 채플.
그리고 식당은 은둔자(隱遁者)라는 뜻의 허밋 카페테리아.
처음엔 기부자의 이름을 따붙인 것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식당에서 밥 먹는 것도 영성 수양의 중요한 포인트로, 수도자답게 조용히 먹는 곳이란 의미였다.
나서고, 나대고, 나불대는 일을 잠시 멈추고, 조용히 그리고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식사 시간, 식사 장소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는 말로 이해됐다.
물론 수양이 덜 된 우리 일행은 여전히 웃고 떠들며 식사해 이 식당 이름을 무색케 했지만...
다시 한 번 방문하면 기필코 침묵 수양, 조용한 식사로
이렇게 멋진 이름을 붙인 이들의 거룩한 뜻에 동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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