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발자국 같은 후박나무 낙엽
Posted 2016. 12. 13. 00:23,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자주 보면서도 그 동안 이름을 몰라 궁금해 하던 나무가 하나 있었다(대부분의 나무가 그러하긴 하지만^^). 모락산 초입부터 중턱에 이르기까지 몇 군데서 볼 수 있는데,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한 달여 전부터 특히 잘 보인다. 다른 낙엽들에 비해 덩치가 크고, 잎 뒷 면이 회색이라 두둑 떨어져 있는 근처를 지나다 보면 마치 공원에 앉아 먹이를 쪼는 회색 비둘기 떼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죽질 잎으로 두꺼운 편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고, 큰 건 낙엽 크기가 한 뼘을 넘어 30cm, 더 큰 건 40cm 가까이 되는 문자 그대로 거인 발자국(12/9/14) 같아 보인다. 주위에 흔히 보이는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같은 참나무 낙엽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급이 다른데, 이름을 알아내려고 여러 날 이렇게 저렇게 검색하다가 겨우 후박나무인 걸 알아냈다. (이럴 땐 정말 기분이 째지고^^, 발견의 기쁨을 만끽하곤 한다.)
낙엽 크기와는 달리 이 나무는 키는 크지만 줄기는 매끈하고 홀쭉해서 이런 줄기에서 거인 발자국 같은 잎을 달고 있다는 게 잘 상상이 안될 정도다. 나중에 지름이 1미터에 이를 정도로 잘 자란 줄기 껍질은 소화, 거담 등에 약재로도 쓰인다고 동의보감에도 설명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 동네산에선 자란 지 얼마 안 됐는지 그런 거대한 나무는 눈에 안 띈다. 이쯤 되면 아마 한의원 약재통에도 厚朴(후박)이란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름과 관련해선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원래는 일본 목련(Magnolia obvata)인 이 나무를 일본에선 한자로 厚朴이라 쓰는데, 이게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한자음 그대로 후박나무로 불렀다는 말이 있고, 또 하나는 사람의 인정이 두텁다는 의미로 후박하다는 말을 쓰는 것처럼 잘 자라기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게 됐다는 설명도 있는데, 둘 다 흥미롭다. (아래 사진에선 왼쪽 나무가 아니라 가느다란 오른쪽 나무다).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철 후박나무 (0) | 2016.12.22 |
---|---|
국가지점번호로 새 단장한 등산로 표지 (2) | 2016.12.15 |
등산남녀 (0) | 2016.11.05 |
돌담 단풍 (0) | 2016.11.01 |
소리 없는 아우성 (0) | 2016.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