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V 스터디 바이블
Posted 2016. 12. 24.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대학부 후배 은주가 책 선물을 했다. 이번에 부부가 권사, 장로로 피택되면서 선물로 받은 책 가운데 같은 게 있다며, 없으면 집에 오는 길에 가져오겠다고 카톡 사진을 보내왔는데 한글판 <ESV 스터디 바이블>이었다. 번역돼 나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진 않았는데, 막상 받고 보니 정가가 무려 11만원 짜리다. 진작에 가격을 알았더라면 적당히 사양했을 텐데, 끙.
스터디 바이블(Study Bible)이긴 해도 무슨 성경이 십만원이 넘나 싶었는데, 판형도 큰데다 상단엔 한글성경에 하단엔 간단한 해설 격인 스터디 노트를 작은 글자로 가득 담고, 컬러 지도와 이런저런 자료 등을 꾹꾹 눌러 채워 넣어 3천 쪽 가까이 되는 묵직한 책인지라 제작비가 제법 들었던 모양이다. 갖고 다니긴 무리이고, 책상 위에 두고 읽거나 필요할 때 참고할 성경이다.
ESV(English Standard Version)는 2001년에 처음 나왔는데, 영어 성경 가운데 정통 번역에 속하는 최신 번역본이다. Reasonable Theology 도표를 참고하면 왼쪽이 직역, 오른쪽으로 갈수록 의역에 충실한 번역본으로 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보는 NIV(1978)가 중간 정도 되고, 킹제임스역(KJV, 1611)보다도 단어와 단어 번역에 충실한 번역본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영어 약자로 MSG로 쓰는 요즘 많이 보는 <메시지 성경>은 가장 풀어 쓴 번역본이다.
문제는, 이렇게 영어 스터디 바이블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ESV를 번역해 싣지 않고 한글성경 본문으론 개역개정판을 싣는 바람에 ESV를 보는 맛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ESV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은 거의 성경번역에 준하는 엄청난 작업이 될 터니까 엄두를 못낸 것도 있겠고, 그렇다고 개역개정과 함께 영어 텍스트까지 함께 실었다간 가뜩이나 두꺼운 책이 두 권이 되거나 주체 못할 정도로 더 두꺼워질 테니까 이 정도 선에서 타협한 게 아닌가 싶다.
좋은 책이긴 한데, 내가 느끼는 또 다른 문제는, 상단의 성경본문은 그런대로 읽을만 하지만, 하단의 깨알 같이 작은 스터디 노트는 잘 안 보여 아주 밝은 곳이나 스탠드를 켜야 겨우 보이고, 그것도 한참을 찡그리게 된다는 것이다. 옛날엔 이렇게 작은 글자로 풍부한 자료들을 채운 자료들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이런 빽빽한 레이아웃엔 눈과 손이 잘 안 간다. 아무래도 이참에 돋보기를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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