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 343개, 계단 225개
Posted 2010. 9. 28. 11:27,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주일 오후에 사패산을 오르던 중 중간쯤에서 철계단을 만났다. 산에 오르다 보면
다양한 계단을 만나는데 흙계단을 빼면 가장 흔한 게 돌계단이며, 그 다음은 나무 계단,
그리고 종종 철계단이 나온다. 계단, 특히 나무 계단이나 철계단이 나오면 저걸 어찌 오르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계단이 놓이지 않았다면 좀 더 돌아가거나 험했으리란 생각에
일순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다양한 계단을 만나는데 흙계단을 빼면 가장 흔한 게 돌계단이며, 그 다음은 나무 계단,
그리고 종종 철계단이 나온다. 계단, 특히 나무 계단이나 철계단이 나오면 저걸 어찌 오르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계단이 놓이지 않았다면 좀 더 돌아가거나 험했으리란 생각에
일순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이 철계단은 꽤 길었는데, 아마도 많은 등산객이 숫자를 세며 올라간 듯 하다.
산에 다니다 보면 친절한 사람들의 손길을 군데군데 느끼게 되는데, 여기도 어김없이
친절미를 발휘해 놓았다. 바닥철판 수와 철계단 수를 누군가 세어 본 후 계단 입구 안내판에
매직으로 써 놓은 것이다.
바닥철판이 343개요, 계단이 225개란다. 여러 번 꺾어지고 이어지는 거리다.
계단이 100개만 넘어도 힘든데, 2백 개를 넘으니 힘들 각오하고 심호흡한 다음에 오르라는
표시로 읽혔다.
그런데 이 사람의 셈법에 뭔가 문제가 있었나 보다. 암만 세어봐도 그게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 다른 사람들이 철판 숫자와 계단 숫자를 수정해 놓았다. 이쯤 되면 오리지날도
조금 의심되고, 가리지날도 못 믿게 된다. 대충 그쯤 되나 보다 하고 넘어가야 한다.
계단수 오차는 그래도 웃어 넘길 수 있지만, 어떤 지점까지 얼마 남았다는 안내판이
실제로 올라보니 다소 차이가 느껴질 땐 조금 당혹스럽고, 때론 화딱지가 나기도 한다.
왜 200미터 남았다고 해서 죽어라고 올라갔는데, 거의 4, 500미터는 됨직한 거리였을
때 느끼는 낭패감 같은 거 말이다.
따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순진하게 곧이 곧대로 믿기도 뭐한 게 산에서 보는 숫자라는
걸 조금씩 체득하고 있다. 누군가 먼저 수고해서 방향 감각이나 길이를 헤아리도록 도움을
주는구나 하면서 통 크게 넘어가야지, 여기에 줄자나 카운터를 들이대는 건 무모하고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숫자는 숫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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