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날 부르는군
Posted 2010. 9. 24. 00:09,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연휴 사흘째 오후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고, 구름은 한가하다. 이런 날씨에 산을 안 간다면
도저히 예의가 아닌듯해 아내와 산곡 쪽 검단산에 올랐다. 엊그제 폭우로 계곡은 한여름 못지
않게 힘차게 흐르고 소리도 요란했다. 아니, 한여름에도 이렇게 굵은 물줄기는 쉽지 않다.
비가 씻어낸 가을 하늘은 산을 오를수록 더 없이 청명하고 높았다. 덩달아 가을 햇살을 받은
비가 씻어낸 가을 하늘은 산을 오를수록 더 없이 청명하고 높았다. 덩달아 가을 햇살을 받은
나뭇가지들도 마지막 녹색의 향연을 베풀어 주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취는 가을 햇살은
여름의 그것처럼 눈이 부시거나 따갑지 않아 좋았다.
산곡 쪽은 약수터까지 오르면 거진 다 온 셈인데, 오랜만에 따라나선 아내도 발걸음이 그리
산곡 쪽은 약수터까지 오르면 거진 다 온 셈인데, 오랜만에 따라나선 아내도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 않은지 잘 따라왔다. 딴때 같으면 예서 쉬다가 내려가자고 했을 텐데,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지 정상까지 오르잔다. Why not?
정상이 올려다 보이는 능선에 이르니 억새가 등산객들을 맞아 준다. 억새밭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높이 자란 억새가 가을 하늘과 어울려 바람 따라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정상에 오르니 연휴의 피로를 풀러 산으로들 몰려 나온 이들로 가득하다. 유길준 묘에서,
아랫배알미에서, 애니메이션 고에서, 그리고 우리처럼 산곡에서 오른 이들이 한 목적, 등정의
즐거움과 휴식을 만끽하고 있었다.
정상에선 두물머리가 내려다 보이고, 양평 쪽 산들이 구비구비 병풍을 이루고 있다. 저 멀리
정상에선 두물머리가 내려다 보이고, 양평 쪽 산들이 구비구비 병풍을 이루고 있다. 저 멀리
산들이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는 날도 흔치 않다. 남한강과 북한강은 커녕 바로 아래도 잘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짙게끼거나 흐린 날도 여러 번 있었다. 산들만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니는
흰 구름도 날씨와 풍경에 딱 어울리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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