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타령
Posted 2017. 6.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교회에서 하는 세미나를 3주간 들으면서 매번 앞에서 세 번째 오른쪽 맨끝자리에 앉곤 했는데
(사람마다 대개 편하게 느껴지는 자리가 있다), 강의 중간중간 바로 앞에 놓여 있는 스피커와 우퍼,
앰프들이 눈에 들어왔다. 10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그리 큰 공간이 아닌데도 바닥과 벽쪽으로 한쪽에만
대여섯 개의 장비들이 놓였는데, 요즘은 이런 게 없인 마이크며 악기음이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다.
죄다 까만색 네모 모양으로 육중해 보였는데, 회사명인지 제품명인지 영어 이름표들을 한두 개씩
달고 있었다. TNT, Peavey, Laney, UBL, Trund 등 내겐 하나같이 생소한 브랜드들이었다. 어느 정도의
성능을 지닌 음향장비들인지 알 도리가 없는데, 맘만 먹으면 아무나 가서 만질 수 있게 돼 있는 걸로
볼 때 전문가가 관리해야 하는 민감한 고성능 제품들은 아니겠다 싶었다.
문득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강단용 모니터 스피커를 설치해 달라는 안건이 제직회에 올라왔던 일이
생각났다. 설교자가 다른 교회엔 있다며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는 거였는데, 몇 달을 끌다가
설치했지만 이런 일이 대개 그렇듯이 뭐 달라진 건 없었다. 연초엔 동네에 새로 건물을 크게 짓고 이사해 온
교회에 간 적이 있는데, 한복 두루마기까지 잘 차려입은 목사가 설교 직전에 어떤 스피커에서 소음이
나는데 부교역자들 뭐하고 있느냐며 10분 가까이 난리 브루스를 피운 일도 있었다.
사실 스피커 갖고 뭐라고 하는 이들 치고 그만한 콘텐츠나 실력을 갖춘 이들이 없다는 건 내남이
다 아는 아이러니다. 사실 대가들이나 고수들은 그런 거에 초연하다. 아쉬우면 네들이 가까이 와서
육성으로라도 들으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다. 솔직이 기계탓, 연장탓 하는 이들 치고 그에 걸맞는 연주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들이 별로 없다.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족한 줄 알 때, 장비는 필요하면, 때가
되면 알아서 업그레이드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잘 모르는 음향장비 대신 다른 얘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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