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옮겨주시겠소
Posted 2017. 8.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주말 오후 물을 뜨러 약수터에 갔다가 이성산엘 다녀왔다. 거의 다 가서 개망초 동산 앞에 이르렀는데,
노인 한 분이 같이 돌을 들지 않겠느냐고 청해 왔다. 돌탑이 있는 곳인데, 밑에 있던 거의 한 규빗(팔꿈치
길이니까 40cm 정도) 크기의 커다란 돌을 들어올려 놓고 싶은데, 혼자 힘으론 안 돼 같이 힘쓸 남성이
지나가길 기다리다가 마침 내가 지나게 된 모양이다.
둘이서 양쪽 아랫부분을 잡고 낑낑 힘을 주는데, 거의 꿈쩍도 안 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보기보다 엄청난 무게였다. 지켜보던 아내가 허리 다치니 그만 두어야 한다며 만류하니까, 노인분도
그러는 게 좋겠다며 살짝 들렸던 돌을 함께 내려놓았다. 노인분 생각엔 큰 돌이 놓인 허리 높이 정도까지
올려 놓고 싶었는데, 어림도 없었다. 돌이 그렇게 무거운진 처음 알았다.
가만히 보니 돌탑이란 게 한 번 쌓으면 끝이 아니라, 아랫단부터 다시 하나 둘 쌓기 시작해 겹겹이
쌓은 게 지금 보이는 거란 걸 알 수 있었다. 이 노인분이 이 돌탑을 쌓은 건 아니겠지만, 돌 하나 좋은
자리에 보태려는 마음으로 내게 함께 옮기자고 청한 것 같았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힘 센 다른 젊은이가 그 노인의 청을 들어주면 좋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