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 눈
Posted 2017. 9.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점심 때 오르내리는 모락산엔 신갈나무, 상수리나무를 위시한 참나무들을 중심으로 이런저런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그 중 등산로 초입엔 유난히 나무 기둥이 팽팽하고 반듯하게 곧게 자라면서 거인 발자국처럼 아주 커다란 잎을 지닌 후박나무(12/13/16)도 있는데(벌써 이름에서부터 그런 풍모를 풍겨온다), 엊그제엔 막 산을 오르려는 나를 불러세웠다.
산에 왔으면서 왜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거냐며 뒤통수를 강렬하게 째려보는데, 뒷골이 서늘해지는 것 같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무 기둥에 파인 눈이 째진 게 제법 성깔이 있어 보였고, 게다가 정중앙에 하나만 있는 외눈박이로 매끈한 나무 기둥과는 엇나가는 상처처럼 보이는 옹이였다. 이제 막 산에 접어들어 저기 사인암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려면 발걸음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노라니까, 그래도 매번 인사는 하고 가야 하는 거라면서 윙크하고 보내주었는데, 눈이 깜빡거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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